11월 FOMC 의사록 공개
"인플레 높은 수준 유지하면 완화 중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둔화될 경우 통화완화 속도를 늦추거나 일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미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경우 통화완화 속도 둔화가 예상된다.
26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11월 FOMC 의사록은 "참석자들은 데이터가 예상한 대로 나오고,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며 경제가 최대 고용에 가까운 수준을 이어갈 경우 보다 중립적인 정책 입장으로 점진적으로(gradually) 이동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앞서 Fed는 지난 7일 기준금리를 4.5~4.75%로 종전 대비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9월 최고 5.25~5.5%였던 금리를 0.5%포인트 내리며 통화완화 사이클을 개시한 데 이어, 2연속 인하다. Fed 위원 19명 모두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동의했다.
Fed 위원들은 노동시장과 경제가 현저히 둔화될 위험이 줄었고, 중립금리가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통화완화 속도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할 이유로 봤다. 중립금리란 경제가 과열 또는 침체 없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인 금리 수준이다.
의사록은 "많은 참석자는 중립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통화정책의 제약 정도를 판단하는 것을 복잡하게 만들고, 정책적 제약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을 적절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했다"고 썼다.
일부 Fed 위원들은 금리 인하를 일시적으로 중단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의사록은 "일부 참석자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위원회가 정책금리 완화를 중단하고(pause), 금리를 제약적인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일부는 노동시장이 침체되거나 경제 활동이 불안정해질 경우 정책 완화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FOMC 의사록은 최근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파월 의장 발언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지난 14일 댈러스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 미국 경제는 전 세계 주요국 중 단연 최고"라며 "경제는 우리가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하강 징후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통화완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트럼플레이션(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이 초래하는 물가 상승)' 가능성도 Fed가 신중한 금리 인하에 나서도록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관세 인상, 불법이민 금지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FOMC 의사록이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시장에서는 Fed가 다음 달 스몰컷(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63.1%,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36.9% 반영하고 있다. 내년엔 Fed가 지난 9월 점도표에서 예고한 0.25%포인트씩 4회의 금리 인하가 아닌 3회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시장은 전망한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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