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차등보험료율 산정 자체 기준 도입하나
종투사 자본적정성 기준 은행 수준으로 강화
은행 부담 6~7% 감소 예상
금투업계 "증권사 부담 5% 증가" 주장
금융투자업계는 예금보험공사의 차등보험료율 제도 개선 방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보험료 부담은 낮추고, 증권업계의 부담은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차등보험료율 제도 개선 방안'의 주요 골자는 증권사 차등보험료율 산정을 위한 기준을 현행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종합금융투자사업(종투사)만 강화된 새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종투사와 증권사는 차등보험료율 산정에 필요한 위험 수준에 (신) 순자본비율(NCR), 유동성비율 등 금융감독원의 건전성·유동성 적기시정지표를 써왔다"며 "이번 제도 개선안의 핵심은 종투사에 대해 은행 수준의 바젤 건전성 지표, 스트레스 유동성 비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예보는 증권사의 자본적정성 지표를 평가할 때 건전성 측면은 NCR 평가 기준을, 유동성 측면은 금감원이 사용하는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증권업계 차등보험료율 산정에 있어 금융당국 기준 대신 자체 기준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 유동성 지표로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유사한 스트레스 유동성 비율을 검토 중이다. 스트레스 유동성 비율이란 은행이 금융 스트레스 상황이 한 달 동안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충분한 고유동성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지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빠른 시간 안에 유동화할 수 있는 현금, 지급준비금, 국채 및 국채에 준하는 채권, 비금융기업 회사채, 주택담보유동화증권 등이 많으면 유리하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 강화를 위해 LCR의 최저 수준을 점진적으로 높이자, 금융위원회도 LCR 규제를 도입했다.
금투업계는 예보의 제도 개선으로 은행을 제외한 전 업권(증권, 보험, 저축) 부담이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현재 연간 예금보험료는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을 은행이 부담하고 있다. 증권, 보험, 저축은행이 나머지를 비슷하게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증권업계는 바젤의 LCR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은행도 유예 기간을 가진 만큼 예보의 새 기준을 충족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바젤 규제는 은행지주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적용되지만, 금융위원회는 은행만 LCR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LCR 규제 기준을 100%에서 85% 낮췄으나, 2023년부터 점진적으로 상향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보가 자본적정성 지표를 자체 도입하면 은행은 약 6~7% 보험료를 인하하고, 증권사의 보험료는 5% 이상 올라가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당장 은행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연구원은 오는 28일 예보 본사에서 '차등보험료율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용역 결과를 발표한다. 예보는 올해 1월 업무보고 주요 내용으로 '차등보험료율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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