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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산책]'복제' 아닌 '새김'의 역사:판화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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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미술관 기획전 '판화 오디세이'
국내외 33명 작가 120여점 작품 소개
전시와 함께 현장에서 직접 체험까지

디지털이 일상이 된 시대, 손으로 새기고 찍어낸 전통 판화를 통해 새김과 찍어내기의 확장성이 현대 예술에 미친 영향을 되짚는 전시가 개최된다.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판화 오디세이 전시 전경.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판화 오디세이 전시 전경.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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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2025년 1월 5일까지 열리는 ‘판화 오디세이 : 현대 판화의 여정’은 판화 예술의 다채로운 세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이 장르가 가진 본질적 매력과 확장성을 조명하는 전시다. ‘판화 오디세이’는 국내외 작가 33명의 작품 100여 점을 통해 판화의 전통적 기법에서 현대적 표현에 이르기까지 예술적 진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판화의 본질과 현대적 변주를 여섯 개 섹션으로 나누어 선보이는 전시는, 먼저 첫 번째 섹션 새김의 시작에서 조선시대 목판과 같은 유물을 통해 판화의 대중성과 역사적 의미를 탐구한다. 관람객은 전시 초입부터 판화가 단순한 예술적 창작물을 넘어, 정보를 전달하고 문화를 확산시키는 도구로 사용된 점을 이해하게 된다.

두 번째 섹션 ‘자연의 숨결’은 김승연, 이상국 등의 작가가 자연을 주제로 창작한 작품을 선보인다. 자연의 원초적인 힘과 아름다움을 추상적이거나 직관적인 형태로 새긴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판화 오디세이 전시 전경.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판화 오디세이 전시 전경.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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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우리의 모습’ 섹션은 오윤과 권순왕 등 작가가 인물과 동물을 주제로 한 작품을 통해 한국적 정서와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다. 작품들은 세밀한 새김과 생생한 표현으로 인물의 내면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드러낸다.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오윤의 민중 판화 시리즈다. 오윤은 1980년대 한국 사회의 혼란과 민중의 이야기를 판화로 풀어냈는데, 그의 작품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선 굵은 표현 기법을 통해 관람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또한, 김구림의 일상의 경계 시리즈는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물과 경계를 추상적 형태로 표현해, 관람객에게 일상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의 볼록판 기법은 세밀한 새김으로 사소한 사물 속에서도 예술적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한다.

오윤, 애비, 1981, 목판, 36x35㎝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오윤, 애비, 1981, 목판, 36x35㎝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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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실험을 선보인 서효정의 작품은 코딩을 활용한 디지털 미디어 아트로, 전통 판화와 기술의 융합 가능성을 탐구한다. 코딩 알고리즘과 판화의 반복적 패턴이라는 본질적 공통점을 통해, 전통 기법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감상에서 나아가 관람객이 직접 판화를 제작하며 예술적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드라이포인트 체험과 실크스크린 기법 체험은 참여자가 직접 도구를 사용해 작품을 제작하며, 창작의 즐거움을 느낄 기회를 제공한다. 어린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제작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는 동시에, 특별한 기억을 선사한다.

칼 로스의 판화 작품.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칼 로스의 판화 작품.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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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가 가진 기술적 정교함과 예술적 메시지를 탐구하는 동시에 전통과 현대, 예술과 기술의 융합 가능성을 탐색하는 ‘판화 오디세이’는 판화가 단순히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의 예술적 확장성을 보여주는 매개체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전시를 기획한 유보은 세종미술관 큐레이터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만든 민족인 만큼 뛰어난 판화 기술 DNA를 보유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현대 판화작가들은 어떤 작품을 만들고 있나. 또 단순히 판화 하면 ‘복제’개념만 생각하기 쉬운데, 본연의 ‘새김’의 의미를 조명하고, 직접 판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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