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계정 잔액은 482원 유일
보좌진 퇴직금 명목으로 가장 많이 써
국회의원들이 임기 말에 정치자금을 '땡처리'하는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기 만료를 앞둔 21대 국회의원 144명이 남긴 정치자금은 총 1884만1907원, 1인당 평균 12만8069원이었다.
아시아경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지역 선관위로부터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제출받은 21대 국회의원 144명의 임기 만료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남긴 의원은 송재호 전 의원으로 661만4598원이었다.
이어 최재형 전 의원이 453만6535원, 박광온 전 의원 268만원, 홍문표 전 의원 178만2877원, 정진석 전 의원 120만4751원, 김성희 전 의원 76만3306원 순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치자금 중 자산 계정에서만 잔액을 남겼다는 점이다. 정치자금은 자산과 후원금 계정으로 나뉜다. 자산은 후원금과 달리 잔액이 남을 경우 본인 자산으로 환수된다.
반면, 후원금 계정에 남은 잔액은 정당 등으로 귀속된다. 정치자금 후원금 계좌에 유난히 잔액이 적은 이유다. 공직 선거가 있는 해에는 최대 3억원까지 후원금 모금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막판에 후원금을 몰아 쓰는 행태가 여전한 셈이다. 이번 임기 말 회계보고서에서 자산이 아닌 후원금 계정의 잔액이 남은 경우는 전혜숙 전 의원이 유일하다. 금액은 482원이었다.
전직 국회의원들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주로 어디에 정치자금을 썼을까? 아시아경제가 임기 만료 전직 의원들의 회계보고서를 모두 확보해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보좌진 퇴직금(32명·22.2%)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가장 많이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정직 공무원 등에 대한 퇴직금은 불법이지만 격려금이나 위로금 형태일 경우 일정 범위 내에서는 퇴직금 지급이 가능하다.
이어 5명 중 1명의 의원은 차입금을 변제, 상환하는 방식으로 막판에 정치자금을 털어 썼다. 차입금 변제를 위해 후원금을 털어 쓴 경우는 30명(20.8%)에 달했다. 홍영표 전 의원은 2022년 5월 대출한 자산 차입금을 임기 만료 한 달을 앞둔 5월2일 5000만원을 후원금으로 상환했다. 안민석 전 의원도 차입금 상환을 위해 후원금 계좌에서 남은 3872만1581원을 지출했다.
거물급 정치인이 아닌 이상 정치자금 명목으로 은행 대출이 어려울뿐더러 대체로 기존 자산도 많지 않아 차입금을 구하는 일은 정치 신인들에겐 일종의 진입장벽이다. 회계보고서를 검토해본 결과 연령대가 낮고, 초선이거나 비례대표일수록 차입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작았다. 반면 지역구 의원이거나 선수가 높을 경우 차입금 금액이 많고, 상환도 잦았다. 3선이자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 전 의원은 임기 직전 6개월간 2억500만원을 차입금 수입으로 신고했다. 송재호 전 의원 1억 7000만원, 이채익 전 의원 1억500만원 등도 억대의 차입금을 수입으로 신고했다.
한편 유명 식당에서 밥값으로 거액을 사용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자주 발송하는 등 유형 외 특이사례는 25명(17.4%)이었다. 단체 기부(11명·7.6%)와 동료 의원 후원(9명·6.3%) 등은 주요 유형별 분류에서는 적은 숫자를 차지했으나 주로 중복되는 유형이었다.
다만 모든 의원이 정치자금을 털어 쓴 것은 아니었다. 남은 정치자금 대부분을 정치자금법 취지에 맞게 정당으로 귀속시킨 의원들도 11명(7.6%)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지역사무소 임대료 및 의전용 차량 요금 납부 등 특이점이 없는 통상적인 지출과 예비후보 통장 계좌이체 등으로 정치자금을 다 쓴 의원은 26명(18.1%)으로 조사됐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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