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미국 중심의 지속가능성 정책 및 규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향한 국제 사회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으며, 대다수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에도 지속가능성 투자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PwC는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본사 2층 아모레홀에서 ’기후변화를 넘어서(Beyond Climate Change): 기업의 새로운 과제와 대응 방향’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의 세미나를 열었다고 26일 밝혔다.
PwC글로벌과 삼일PwC의 지속가능성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번 세미나는 지속가능성 관련 글로벌 동향을 살펴보고, 새로운 과제인 생물다양성, 순환경제, 공급망 관리 등을 정확히 이해하며 기업별 전략 수립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는 현장 및 온라인 생중계로 동시에 진행됐으며 기업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스티븐 강 삼일PwC 지속가능성 플랫폼(Sustainability Platform) 리더는 개회사를 통해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규제가 이미 적용 중이며, 주요 기업들도 전략적 관점에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업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위한 변화 방향을 짚어보고 알맞은 대응 방안을 수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윌 잭슨 무어(Will Jackson-Moore) PwC글로벌 지속가능성 리더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와 생물다양성 협약(CBD) 결과와 함께 유엔플라스틱 협약 등 글로벌 주요 동향을 설명했다. 또한 강 리더와 대담을 통해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향후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윌 리더는 “바이든 기후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지속가능경영은 기업 비즈니스에 도움될 것”이라며 “특히 에너지 관리 및 재생에너지 전환은 경제적으로 유리하며, 기후 위험과 관세 고려 시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 번째 세션을 맡은 알렉산더 스펙(Alexander Spek) EU CSRD 센터 리더와 이진규 삼일PwC 파트너는 EU 회원국별 CSRD 법제화 현황을 전하고, 유럽 기업과 한국 기업이 공시 의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문제점을 짚었다. 이 파트너는 “CSRD를 준비하는 유럽 상장 기업은 공시 대응을 위해 순차적으로 과제를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데이터의 가용성과 그 품질, 가치 사슬 정보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기업이 유럽 종속 법인과 함께 CSRD 예비 보고서 작성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발견된 어려움으로는 이중 중대성 평가의 수준 결정과 유럽 법인의 지속가능성 관련 거버넌스 체계 미흡, 낮은 수준의 데이터 가용성 등이 언급됐다. 이에 대해 스펙 파트너는 “공시 준비 과정에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본사와 유럽 현지 법인 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연 자본과 생물 다양성'을 주제로 강연한 박경상 파트너는 자연 자본과 생물 다양성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자연 자본 손실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 자연 자본 공시 준비 방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세계 경제 총생산량(GDP)의 12%를 차지하는 농업, 임업, 양식 및 어업, 식음료 및 담배, 건설 등 5개 산업은 직접 운영 단계에서 자연 자본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파트너는 "5개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은 자연에 대한 의존성을 보이기 때문에 가치 사슬 전반에 걸친 자연 자본 영향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파트너는 자연 자본 공시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공시 목표와 요구사항 이해 ▲현재 기업의 공시 상태 평가 ▲기존 공시와 자연 자본 공시를 통합하는 공시 전략 및 로드맵 수립 등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 기업의 거버넌스 기구부터 관심을 가지고 별도 전담팀 또는 위원회를 통해 전사적인 보고 체계를 구축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 자연관련 재무공시와 반도체 제조업체와의 연관성을 묻는 참석자의 질문에 박 파트너는 “생물 종의 감소 속도가 앞으로 가속화된다면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개발 제한 구역이 많아지고, 이는 희토류 채굴 면적 감소로 이어져 결국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로 연결된다”며 “자연 관련 재무공시에 요구되는 위험관리 측면에서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 이보화 파트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영향’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 파트너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 협약의 주요 쟁점 사항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짚었다.
이 파트너는 지난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진행 중인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회의(INC-5)의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해 살펴봤다. 플라스틱 국제 협약은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 관점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이 파트너는 파리기후협약과 유사한 방식으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2028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파트너는 “새로운 규제가 등장하면 기업은 새로운 규제 준수 비용이 발생하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규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친환경 제품 확대 및 비용 절감, 친환경 소재에 대한 연구 및 개발 투자를 확대한다면 근원적인 시장 경쟁력을 구축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윤영창 PwC 컨설팅 파트너는 EU가 지난 7월 확정한 기업공급망실사지침(CSDDD)의 주요 내용과 기업 공급망 추적성 확보 방안을 소개했다. 윤 파트너는 “2021년부터 국가별로 인권 중심의 공급망 실사 규제가 추진됐으며, 초기에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으나 최근에는 실사 규제가 의무화로 변하고 있다”고 글로벌 현황을 전했다.
이어 윤 파트너는 “최근 공급망 관련된 규제 위반 사항이 발견됐고 이에 따른 통관 보류 등의 제재가 있어 기업에 실질적인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규제 대응을 위해서는 자사의 공급망 단계별로 완전한 추적가능성(Traceability) 체계를 구축해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세미나를 기획한 스티븐 강 지속가능성 플랫폼 리더는 “이미 여러 글로벌 기업이 미국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기후 변화를 포함한 지속가능성 관련 사항을 관리하고 투자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먼 미래의 과제로 생각하기보다 글로벌 동향을 파악하고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 발표 자료는 삼일PwC의 ESG 통합정보 플랫폼인 '삼일ESG닷컴'에서 확인 가능하며 영상은 삼일PwC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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