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튿날 러시아 펀드에 수억 투자
기준가격 산정 시점 높고 운용사와 공방
法, 투자자 패소 판결 확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 관련 펀드를 매수한 투자자들이 기준가격 산정 시점을 두고 펀드 운용사와 갈등을 벌이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패소를 확정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2-2부(재판장 배광국)는 이모씨 등 투자자 3명이 A 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씨 측 패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이씨 등은 2022년 2월25일 A 운용사가 만든 '러시아 펀드'에 각각 3000만~2억8000만원을 투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하루가 지난 시점이었다. 이 펀드는 독일거래소 그룹이 공표하는 러시아 관련 지수의 수익률을 토대로, 지수에 담긴 러시아 기업이 미국·영국 거래소 등 해외시장에서 발행한 주식예탁증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됐다.
이들은 약 5개월 뒤 이들은 운용사를 상대로 각각 1985만~1억8527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요구하며 민사 소송을 냈다. 자신들은 당초 펀드 매입에 따른 기준가격이 2022년 3월1일 종가로 산정될 줄 알았는데, 왜 2월26일을 기초로 산정됐느냐고 따졌다. '환매 중단' 우려 등으로 당시 펀드 수익률이 갈수록 곤두박질쳤기 때문에, 기준이 늦춰질수록 더 싼값에 펀드를 매수한 것이 되는 상황이었다.
1심은 "투자설명서에 적힌 대로 기준가격이 선정됐다"며 이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업일 흐름에 따라, 그해 2월28일 산정된 기준가격이 3월1일 공휴일을 건너뛰어 제3영업일인 3월2일 공고됐고, 정해진 기준가격에 따라 매수가 이뤄졌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우선 "펀드 투자설명서엔 '투자자가 제1영업일에 투자금을 납입하면, 제3영업일 오전 7시쯤 공고되는 기준가격을 적용해 매수가 이뤄진다. 제3영업일에 공고되는 기준가격은 제2영업일에 평가된다'고 적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펀드에서 미국·영국 거래소의 운영시간을 고려하면, 시간이 더 빠른 한국에서 A 운용사는 제2영업일인 2월28일 월요일 업무시간에 확인되는 최종시가(미국·영국 기준으로 25일 금요일 종가)를 기준가격에 반영한다. 해외 상장주식에 대한 평가 방법도 '평가기준일에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최종시가'라고 돼 있다"며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기준가격 산정 방법을 파악했을 것이고, 투자설명서에 중요 내용이 빠져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항소심도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봤다. 'A 운용사가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씨 측 주장에 대해 2심 재판부는 "투자설명서엔 '신흥국가는 정치·경제·사회적 불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위험이 있다. 원주(본국에서 발행된 주식)가 거래되는 국가와 주식예탁증서가 거래되는 국가가 다르므로 양 국가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펀드 위험성을 1등급(매우 높은 위험)으로 적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쟁이 나고 해외 거래소에서 러시아 기업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됐고, 국내 운용사들도 관련 펀드의 신규설정을 중단하고 환매를 연기한 때였다"며 "이씨 등은 펀드에 대한 위험성을 알면서도 저가에 펀드를 매수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해 투자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씨 등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최근 2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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