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10일 불이 난지 2주 만에 또다시 같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포스코의 안전 관리 책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2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18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2시간 만인 이날 오전 1시13분께 완전히 진화됐고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장은 지난 10일에도 폭발·화재가 발생해 직원 1명이 부상을 입었던 곳이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불이 난 3파이넥스 공장은 고로(용광로)처럼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다. 이 공장은 별도의 원료 처리 과정 없이 바로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용해 쇳물을 생산한다. 첫 번째 화재의 감식은 진행됐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재까지 3파이넥스 공장의 용융로(금속을 녹여 액체상태로 만드는 가마) 하부에 있는 산소 주입용 풍구(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통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가스가 팽창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4시 2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에서 큰불이 났다는 신고가 소방 당국에 들어왔다. 한 주민은 "폭발음이 3차례 정도 들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지난 10일 오전 4시 2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큰 불길을 잡은 가운데 한 소방관이 고가사다리 장비에 올라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파이넥스 공장은 2009년 1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이래 이번까지 4차례 화재나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제철소는 늘 안전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지은 3공장에서 이달에만 두 차례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제철소는 용광로·용융로의 연소를 돕는 고압 산소 등 가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가스관 등의 밸브 파손·고장 문제 등이 화재의 주요 원인이 된다"며 "작업자의 안전 수칙 미준수 등 실수로 불이 났을 가능성도 간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처리 과정에서 포스코의 후속 조치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빠른 공장 재가동을 위해 무리하게 복구 작업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10일 1차 화재 직후 "복구에는 일주일가량 걸릴 것"이라며 "고로 가동량을 늘려 탄력적으로 대응하면 전체 조업 일정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복구에는 9일가량이 걸렸다. 1·2차 화재 모두 2시간가량 만에 진화됐지만 공장 꼭대기까지 화염에 휩싸이는 등 불길이 컸던 만큼 복구를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포스코는 2022년 힌남노 피해, 지난해에는 제2고로에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재산 피해는 물론 조업에 차질을 빚으며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포스코가 완전한 복구보다는 조업 복귀에 집중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 교수는 "(1차 화재 이후) 면밀히 원인을 분석해서 재발되지 않도록 이런 조치를 취해야 했는데 너무 성급하게 임시방편으로 복구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