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할당량 강요하는 자폭영업 논란
자사 제품 구매 강요에 차 할인액 전가까지
일부 근로자들 사망까지 빈번…법 개정 금지추진
회사의 할당량을 강요받은 근로자들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일본 정부가 ‘자폭영업’에 칼을 빼들었다.
2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후생노동성이 ‘노르마(할당량)’ 달성을 위해 직원들에게 자사 제품 구매를 강요하는 ‘자폭 영업’ 방지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러한 강요로 인해 자살 사례까지 발생함에 따라 이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노동정책종합추진법)의 지침에 명시해 기업들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노르마는 할당량을 의미하는 것으로 과거 소련에서 노동자에게 부과되는 표준 작업량 명칭에서 따놨다. 자폭 영업이란 회사가 할당량을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본인 돈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하거나 불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농협 직원이 공제보험료를 대신 납부하거나 자동차 판매원이 할인 금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사례다.
아이치현에서는 금융기관에 근무하던 30대 남성이 예금액 할당을 채우려고 가족에게 빚을 지게하는 등 스트레스를 받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유가족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나고야 고등법원은 지난 9월, 과도한 할당량과 상사의 질책으로 인한 자폭 영업이 자살의 원인 중 하나라고 인정하는 판결을 냈다.
매체는 직장 내 괴롭힘(일본명 파워하라)으로 인정되려면 ▲우월적 관계를 배경으로 한 언행 ▲업무상 필요한 범위를 초과한 행위 ▲근로자의 근무 환경을 해치는 결과 등 세 가지 요소를 충족해야 한다고 전했다. 자폭 영업과 관련해서도 상사가 불필요한 상품 구매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법은 없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지침에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후생노동성은 이를 새롭게 지침에 포함시켜 기업들에게 대응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명시 내용은 향후 노동정책심의회(후생노동성 장관 자문 기관)의 논의를 바탕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시마다 요이치 와세다대학 명예교수는 매체 인터뷰에서 "자폭 영업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며 기업 발전을 위한 필요악으로 묵인돼 왔지만, 현대에서는 노동자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며 "지침 개정을 통해 자폭 영업이 직장 내 괴롭힘의 하나라는 인식이 확산한다면 사회적 시선도 엄격해지고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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