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장관 15명 인선 완료
재무장관 베센트…관세 인상, IRA 개편 주도
충성파 중심으로 구성…아메리카 퍼스트 속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 사령탑인 재무부 장관에 헤지펀드 키 스퀘어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스콧 베센트를 지명하면서 2기 행정부 조각을 사실상 완료했다. 대선 승리 후 채 3주도 되지 않아 '충성파'를 중심으로 장관 15명을 포함한 2기 행정부 구성을 초고속 마무리하면서 취임 직후부터 관세 인상, 불법이민 금지 등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채비를 마쳤다.
24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베센트는 상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하워드 러트닉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 등 주요 경제 부처 수장들과 함께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 친(親) 화석연료 에너지 정책 등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2일 베센트를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며 "미국 달러를 세계 기축통화로 유지하면서 불공정 무역 불균형을 막고, 세계 에너지 시장 지배를 통해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한 나의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센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관세 정책을 옹호해 왔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 10~20%, 대(對)중국 관세 60% 부과 정책을 상무부, 미 무역대표부(USTR)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추진할 전망이다. 다만 관세 매파는 아니어서 인플레이션 우려 등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베센트는 대선 직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관세를 점진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제언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규제 완화,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 이하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 장관 유력 후보로 꼽혀 왔던 그가 관세발(發)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진화하기 위한 사전 소통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베센트는 연방정부 지출 억제, 재정적자와 부채 감축 등 재정 효율화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된 IRA 개혁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그는 "정부가 아닌 민간 자본 배분이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며 "비생산적 투자를 장려하는 IRA의 왜곡된 인센티브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IRA를 토대로 전기차 구매 시 제공하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폐지를 비롯해 각종 보조금 축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IRA, 반도체지원법(CSA)에 따라 대미 투자를 크게 늘려 온 한국 기업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영향력을 무력화할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Fed의 고금리 기조를 비판하며 후보 시절 파월 의장의 해임을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베센트는 이와 관련해 2026년 5월까지인 파월 의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훨씬 전에 차기 Fed 의장을 지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른바 '그림자 Fed 의장' 아이디어다. 시장이 미래 권력인 차기 Fed 의장의 메시지에 주목하도록 해 파월 의장의 힘을 빼자는 것이다. Fed의 정치적 독립성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
월가는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안정적인 인물로 통하는 베센트의 재무부 장관 지명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주식시장을 자신의 실적을 보여주는 명확한 척도로 여기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베센트 재무부 장관 지명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 당선인의 캠페인 구호)'와 돈의 세계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는 시도"라며 "베센트는 월가에 평화를 제안하는 인물이지만 관세와 Fed에 대한 압박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내부 파벌싸움으로 예상보다 늦어진 재무부 장관 인선과 함께 2기 행정부 주요 공석을 모두 채웠다. 노동부 장관에는 로리 차베스 드레머 공화당 하원의원, 농림부 장관에는 브룩 롤린스 미국 우선주의 정책 연구소(AFPI) 대표를 지명했다. 워싱턴 정가와 현지 언론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의 가장 큰 특징은 '예스맨'으로 요약된다는 평가다. 전문성이나 경력보다는 확실한 충성파와 측근들 위주로 행정부를 구성했다는 분석이다. 1기와는 달리 트럼프 당선인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제어할 인물들은 입각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출신들의 약진, 트럼프 당선인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 방송 진행자들의 입각도 주요 특징 중 하나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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