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자산신탁, 사모채 발행+대출 잇따라
신한자산신탁, 영구채 발행해 재무비율 개선
한자신·한토신도 외부차입 늘려
돈 빌려 부실 책준형신탁에 자금 투입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외부 자금 조달이 늘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메우기 위해 고유 계정 자금으로 신탁 계정에 자금을 빌려주는 ‘신탁계정대’가 늘면서 자금 소요가 많아졌다. 자체 차입금을 늘려 신탁계정의 부실을 메우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일부 신탁사들은 부실로 늘어나는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고금리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는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 외부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자산신탁은 한양증권을 주관사로 200억원 규모의 1년 만기 사모 대출을 받았다. 한양증권이 만든 SPC가 교보신탁에 대출을 해 주고, SPC는 대출 원리금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어음을 발행해 대출 재원을 마련했다.
무차입 기조를 이어오던 교보자산신탁이 외부 차입을 늘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신탁계정대 관련 대손 비용 부담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37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손실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메우기 위해 100% 지분을 보유한 교보생명이 1500억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태웠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자금 소요가 지속되면서 외부 차입을 지속했다. 3월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720억원 규모의 사모 콜옵션부 사채를 발행했다. 발행 후 3개월, 6개월 뒤에 조기 상환할 수 있도록 교보자산신탁이 콜옵션(조기상환 권리)을 보유하고 있다. 뒤이어 6월에 280억원, 7월에 500억원의 사모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신탁계정대로 외부 차입을 늘리는 신탁사는 비단 교보자산신탁뿐만이 아니다. 신한자산신탁은 고금리 영구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고 있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 5월 1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500억원어치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를 대상으로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KB부동산신탁도 6월에 17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금리가 7.80%로 높고 5년 후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 상환하지 않으면 2%포인트를 추가로 얹어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다. 지난 9월에는 6%대 금리로 250억원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국내 최대 부동산 신탁사인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도 외부 차입을 지속하고 있다. 한토신은 올해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을 주관사로 총 1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자신은 올해 4월 10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했고, 최근 증권사로부터 10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부동산신탁사의 자금 조달이 늘어나는 것은 신탁계정대가 늘어나면서다. 신탁 계정의 PF 사업이 부도 등으로 시공사가 준공 기한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 신탁사는 신탁계정대를 투입해 사업비를 조달한다. 특히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확약한 책준형 신탁의 경우 신탁사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해 자금 부담이 크다. 신탁 계정에 돈을 빌려줬다가 추후 PF 사업 부실로 회수하지 못하면 신탁사의 손실로 인식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대형 신탁사나 금융지주 및 대형 금융회사 계열 신탁회사는 그나마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외부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다른 중소형 신탁사들은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신탁계정대가 늘면서 신탁사들의 외부 자금 조달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일부 신탁사들이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PF 부실이 확대되면서 재무구조가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금을 빌려 신탁 부실을 메우는 악순환은 PF 시장이 안정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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