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입원환자 수 지난해의 9배
1차 마크로라이드 계열 투약 후에도 효과 없으면
2차 테트라사이클린제·퀴놀론제 사용도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급성호흡기 질환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크게 유행하면서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가 일 년 사이 9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예방 백신이 따로 없고 감염되더라도 적기에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크게 위험하지 않지만, 최근엔 1차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추가 처방 등 보다 원활하게 2차 항생제를 투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통해 집계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입원환자는 올해 여름 정점(33주 1181명)을 찍은 뒤 감소 추세를 보이다 지난 45주차(11월3~9일)엔 968명으로 다시 전주(810명) 대비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45주차까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으로 입원한 환자는 총 2만362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99명)에 비해서는 8.8배, 재작년 같은 기간(1257명)에 비해서는 18.8배에 이른다. 또 전체 입원환자 가운데 12세 이하 아동이 71%인 1만6770명에 달해 주로 학령기 아동을 중심으로 발생 중이다. 세계 각국에서도 3~4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지난 2019년 크게 유행한 적 있지만 올해와 같이 환자 수가 많은 건 유례가 없다는 게 의료 현장의 설명이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Mycoplasma pneumoniae)에 의한 급성 호흡기감염증으로 비말을 통해 감염된 후 2~3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지속적인 기침, 발열, 인후통, 두통,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2~6주까지 기침과 전신 쇠약이 지속될 수 있으며, 드물게 피부 홍반이나 관절염, 수막염, 뇌염 등 호흡기 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폐렴과는 다르게 발열이 주된 증상이어서 흔히 독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 감기약이나 해열제를 썼는데도 2~3일 이상 열이 내리지 않는다면 곧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방치하면 자칫 중증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통상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유전자증폭검사(PCR)를 통해 확진 판정이 내려진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코로나19 같은 제4급 법정 감염병이지만 항생제 치료에 반응이 좋아 적절하게 항생제를 투여하면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진단 후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를 우선 투약하는데, 이때 3일 이상 열이 가라앉지 않으면 내성이 있다고 본다.
이 경우 테트라사이클린제 또는 퀴놀론제 등 기존엔 가급적 아이들에게 처방하지 않았던 다른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정부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지난해 말 이들 약제에 대해 불응성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2차 치료제로 급여를 인정했다. 다만 각 병원에서 이를 처방할 땐 의학적 판단에 따라 임상적 고려사항과 병용약제·식품 주의사항 등을 환자(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후 사용해야 한다.
이홍준 김포아이제일병원 원장은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남용해서는 안 되겠지만 항생제 내성으로 증상이 악화한 폐렴 환자에겐 다른 항생제를 쓰거나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신속하게 증상을 관리하는 게 더 이득"이라며 "지난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유행세가 올 여름까지 지속됐던 중국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이번 겨울을 지나 내년까지도 계속 유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질병청은 "내년 3월까지 소아감염학회 등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최근 변화한 진단 및 치료 양상을 반영하고 중증도 평가 기준 등을 담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종합 진료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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