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 개선 촉구 경제계 공동성명' 발표
최대주주 기준 50%…주요국 평균 26% 수준으로 낮춰야
"대주주 20% 할증과세는 폐지" 촉구
경제계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상속세 세율을 낮추고 최대주주 20% 할증과세 조항을 폐지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6단체는 상속세제를 조속히 개선해 줄 것을 국회에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21일 발표했다. 성명을 낸 단체는 대한상의와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50%)에 최대주주 보유주식 20% 할증과세를 적용한 실제 세율은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과세(20%) 폐지 등을 담은 상속·증여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경제계는 1인당 국민순자산이 2012년 2억2000만원에서 2022년 4억4000만원으로 10년간 2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총결정세액은 1조8000억원에서 19조3000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했다. 자산보다 세금 납부액 느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는 뜻이다.
경영자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60세 이상의 경영자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은 80%, 중견기업은 45%(전문경영인 제외 시 62%), 중소기업은 34%라고 했다.
자산, 납세액, 고령화 문제 외에도 글로벌 추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지역경제 활성화, 중소·중견기업 지속성장 등을 고려하면 상속세제 개선은 꼭 필요하다고 경제계는 주장했다.
우선 상속세 최고세율을 글로벌 추세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OECD 38개 회원국 중 2번째로 높다.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최대 60%로 1위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1997년 45%, 2000년 50%로 인상된 이후 25년간 그대로다. 반면 주요국들은 지속적으로 최고세율을 인하하거나 상속세를 폐지해 왔다.
경제수준 대비 상속세 부담 비율도 글로벌 주요국 수준을 훨씬 초과한다.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은 한국이 0.68%로 OECD 평균 0.15% 대비 4.5배 높다. 총조세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 역시 한국은 2.4%지만 OECD 평균은 0.4%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최대주주 할증과세는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인은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과세(20%)를 적용받아 기업승계시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고 있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외부세력에 의한 경영권 탈취에 취약해지거나 기업을 포기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에는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거나 창업한 중소·중견기업이 가업상속 재산가액 전액에 대해 한도 없이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지역에 기업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제·재정지원, 정주여건 개선 등을 제공하는 특별구역이다. 지난 6월 첫 특구 지정 후 현재까지 모든 비수도권 시도에 특구가 지정됐다.
아울러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상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이 일부에 제한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열거돼 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범위를 모든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한편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가업상속공제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경제계는 요청했다.
경제계는 "상속세를 바라보는 글로벌 추세와 세계 12위 경제 규모에 걸맞는 제도 설계 필요성, 국민들의 가치관 변화 등을 고려하면 상속세는 과거의 기준에 맞춰서는 제도로, 존속하기 어렵다"며 "상속세제가 개선되면 (경제계는) 새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면서 앞으로의 100년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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