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에 이어 교보생명도 상품개정
7년납·10년유지 환급률 110%대 예정
"선제적으로 수익성을 관리하는 차원"
기준금리 인하와 국제회계기준(IFRS17) 개선 이슈가 맞물리면서 올해 초 인기를 끌었던 ‘단기납 종신보험’ 열풍이 급격하게 식고 있는 가운데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7년납·10년유지 환급률이 110%대로 후퇴하는 등 환급률 인하가 본격화하고 있다.
21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교보생명은 다음달 초 단기납 종신보험인 ‘실속간편가입 종신보험 플러스’의 7년납 10년 시점 환급률을 110%대 후반으로 인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상품의 환급률은 현재 122.1%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 6일 단기납 종신보험인 ‘더행복종신보험’을 개정해 7년납 10년 시점 환급률 기존 122.3%에서 119.2%로 내렸다. 한화생명은 지난 1일부터 ‘H3 종신보험’ 상품 라인업 중 5년납만 유지하고 7·10년납은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5~7년 정도로 짧지만 10년 시점에 보너스 등을 부과해 100% 이상의 환급률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올해 초 생보사 간 과열경쟁이 나타나면서 대형사마저 보험설계사에 높은 시책(상품판매 수수료 외 별도 성과수당)을 내걸었고 환급률은 최고 136%까지 치솟았다. 이에 불완전판매, 보험사 건전성 등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무리한 판매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대형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내리거나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선제적 수익성 관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보험료 운용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에 환급금 하향에 나서는 것이다. 금리가 내려갈수록 생보사 입장에선 기존 120%대 환급률도 제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조달비용 부담이 점점 커진다는 점도 단기납 종신보험을 개정하는 이유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IFRS17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보험사들은 적극적으로 자본조달에 나서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하기엔 자산보다 부채의 증가 속도가 빨라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하락이 예상돼서다. 보험연구원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생보사 킥스는 2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IFRS17 개선안에 따라 강화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등을 적용할 경우 보험사 전체 평균 킥스가 올해 상반기 말(217.3%)보다 약 20%포인트 떨어진다는 것이 금융당국 예측이다.
킥스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킥스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면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으로 방어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가 킥스를 1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킥스가 100% 미만이면 경영개선명령을 통해 퇴출 조처를 내릴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과도한 환급률 경쟁으로 단기납 종신보험의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책이나 마케팅 등 각종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가, 금융당국의 환급률 제한 조치로 영업 성장성까지 둔화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삼성생명의 사망 보장 부문 보험계약마진(CSM) 배수는 지난해 3분기 13.1배에서 올해 3분기 7.6배로 떨어졌다. 이는 신계약 CSM을 월납환산 초회보험료로 나눈 값으로, 배수가 높을수록 같은 보험료를 받아도 이익이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를 예측하는 보험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내릴 수 있다”며 “보험료를 불려 보험금을 돌려주는 것이 보험권의 기본 수익구조인 만큼 운용수익률이 낮아지는 금리인하기엔 환급금을 줄이려고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험권 관계자는 “금리인하와 IFRS17 개선안 등 복합적인 이유로 현재 단기납 종신보험의 높은 환급률로는 보험사 수익성이 계속해서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건강보험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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