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사적 경비 사용 사례 드러나
뒤늦게 선관위 지적 받고 반환
#사례 1. 임병헌 전 의원은 올해 3월 23일 의전차량의 안전 검사 지연으로 대구광역시 남구청으로부터 부과받은 과태료 4만원을 자신의 후원회 기부금으로 냈다. 같은 달 29일에는 차량 속도위반으로 과태료 3만2000원을 대구 남부경찰서에 납부했다. 이 또한 후원회 기부금 계정을 사용했다.
#사례 2. 류성걸 전 의원 역시 지난해 12월 20일 공무수행 차량 과태료 8800원과 1900원을 각각 정치자금으로 계산했다. 심상정 전 의원은 지난 5월 21일 의전차량 리스를 해지하기 위해 위약금 389만9167원을 지급했는데, 이 중 범칙금 4만원도 함께 납부했다.
#사례 3. 김두관 전 의원은 올해 5월 27일 지역 사무직원 사회보험 2차 납부 당시 과태료 5430원을 기부금 계정을 통해 보험료와 함께 납부했다. 앞서 3월 11일 사회보험 1차 납부 당시 계정 자산 부족으로 결제가 지연되면서 과태료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을 과태료 등 사적 경비로 사용했다가 선관위의 지적을 받고 반환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시아경제가 확보한 '제21대 임기 만료 국회의원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임 전 의원은 지난 3월 대구 남구청 및 남부경찰서에 각각 납부했던 과태료를 3개월이 지난 올해 6월 3일 후원회 기부금 계정에 반환했다. 과태료를 정치자금으로 처리하는 게 관련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지적을 받고 회계처리를 수정했다.
임 전 의원실의 당시 회계책임자는 "선관위에서 과태료는 개인 계좌를 통해 납부해야 한다고 해 의원 개인 계좌로 결제한 후 선관위에 소명자료를 제출했다"며 "의전 차량에 관한 과태료를 정치자금으로 납부할 수 있다고 착각해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과태료가 부과된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수정한 사례도 있다. 류 전 의원은 정치자금으로 이미 납부한 과태료를 지난 1월 17일 합산 청구해 반환했고, 김 전 의원 역시 추후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과태료 부분을 따로 처리한 후 기부금 계정에서 납부한 금액을 반환했다. 심 전 의원도 범칙금 4만원을 같은 달 27일 반환한 후 정치자금 회계보고서를 수정했다. 류 전 의원은 통화에서 "(과태료 처리와 관련) 회계 담당자가 처리해 구체적인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정치자금을 연체료 및 과태료 납부 등에 사용하는 것을 '사적 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 지출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제2조(기본원칙) 제3항에 따라 채무자의 귀책 사유로 인한 채무불이행 등은 사적 경비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인 2021년 김상희 전 의원은 선관위에 '지역사무소에서 착오로 전기요금 고지서 등을 납부 기한 지연으로 연체료가 발생해 이를 국회의원의 정치자금으로 지출할 수 있는가' 질의했고, 선관위는 정치자금법을 근거로 "사적 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의 지출에 해당해 법에 위반될 것"이라고 유권해석했다.
정치자금법에는 사적 경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도 명시하고 있다. △가계의 지원·보조 △개인적인 채무의 변제 또는 대여 △향우회·동창회·종친회, 산악회 등 동호인회, 계모임 등 개인 간의 사적 모임의 회비나 그 밖의 지원경비 △개인적인 여가 또는 취미 활동에 드는 비용 등에는 사용하지 못한다.
선관위는 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될 때 정치자금 사용 안내 책자를 의원실에 배포한 후 해마다 홈페이지에 관련 자료를 게시하고 있지만, 후원금 부정 사용 사례는 지속되고 있다. 선관위 다른 관계자는 "각 의원실 회계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데 이때 사적 경비 사용 사례가 의원실마다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회계보고서의 최종 담당자인 의원이 구체적인 자금 사용 내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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