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적인 당부의 글에서 공세로 태세전환
협조 드린다에서 엄중히 대처하겠다
구체적 피해에 타임라인까지 여론전
공학전환 논의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동덕여대 학교 측이 강공으로 태세 전환했다. 그동안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불법시위에 대해 엄단의지를 밝히면서 피해상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리며 여론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동덕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된 학내 시위가 계속된 14일 오전 학생들이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학교는 우리를 꺾을 수 없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측은 지난 15일 작성된 ‘동덕여대 비상대책위원장’명의의 ‘최근 교내 폭력 사태에 대한 경과보고’의 글을 19일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렸다. 학교 측은 "이번 사건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시위 주동 학생들의 행동이 너무 과격하고 폭력적이라는 것"이라면서 "이틀 만에 거의 모든 건물을 점거, 폐쇄시켰고, 기물 파손이 도를 넘었으며, 수업 방해로 하루 300여개의 강의가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됐다"고 했다.
특히 불가피하게 대면 강의를 해야 하는 교수들과 학생들로부터 신변보호 요청이 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강의를 하면 사이버테러를 하겠다는 협박도 있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취업박람회가 무산됐고 졸업공연도 파행이 됐다"면서 "위협에 못 이겨 졸업공연이 외부 장소로 대체되었고, 곳곳에서 교수와의 몸싸움, 욕설, 막말, 조롱을 하고, 심지어 공학반대에 동참하라고 교수에게까지 협박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수십 명씩 몰려다니면서 ‘총장 나오라’라고 소리소리 친다"면서도 "불안하고 무섭지만 아쉽게도 학교라는 특수성 때문에 공권력의 도움도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강의에 차질이 생긴 점, 교수님들, 직원님들,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많은 학생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한번 드린다"면서 "수업방해는 큰 범죄행위다. 폭력은 어떠한 경우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학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 글은 학교 측이 전날 올린 ‘당부의 글’에 비해 수위가 강하다. 전날 학교 측은 "이번 불법 행위를 면밀히 보고 있다"면서 "이미 일부 미디어를 통해 외부 단체의 개입도 알려졌다. 누가 주도하고 누가 참여했는지, 어떻게 확산됐고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학 전환을 반대하거나 수업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폭력을 행사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학교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이번 불법 행위를 엄중히 다루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이성을 찾아 정상적인 수업과 학사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불법 점거와 시위를 멈추고 학교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 당부드린다"고 했다.
비대위 설명을 보면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공학전환반대 학생 시위가 5일째 계속되고 있다. 공학전환을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이유로 총학생회와 ‘공학전환반대총력위원회’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14일 학생대표들과 2차 면담이 있었다. 학교는 공학전환 논의는 일부 단과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발전방안 검토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이 없다고 수차례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대표들은 학생들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이 사태가 벌어졌으니 모든 책임은 학교에 있다고 했다.
공학전환은 11월5일 혁신추진단 회의에서 의제 차원에서 거론됐다. 12일 교무위원회에서 논의한 후 총학생회에 이를 설명할 것이고 전공주임교수, 전체교수, 전체 학생, 직원회의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의견 수렴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기습적인 본관 점거는 교무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11일부터 시작했다는 게 학교 측 주장이다. 오후 5시 만나자는 약속을 처장단이 안 지켰기 때문에 일이 커졌다고 하는데, 사정상 시간을 잠시 미루자는 설명을 직접 만나서 했었는데도 이것을 기습 점거의 이유로 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대학 측은 18일 공학전환 관련 대학당국과 총학생회 및 중앙운영위원회와의 소통 상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9월27일(금) 오후 4시30분, 대학비전혁신추진단 1차 회의
- 1차 회의에서 본교의 경쟁력 및 향후 발전방향 토의, 대학 특성화 부문 발전방안 마련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함
- 1차 회의(9·27) 이후 2차 회의(11·5) 이전까지 해당 특성화 단과대학에서 소속 교수진과 논의하여 발전방안 마련
◆11월5일(화) 오후 5시, 대학비전혁신추진단 2차 회의
- 특성화 부문 단과대학 발전방안, VISION 2040(안) 발표 및 논의
- 해당 단과대학의 공학전환 방안에 대한 위원 간 토의 및 동의
- 추후 논의사항을 총장님 및 교무위원회의에 보고하고 향후 추진사항 및 의견수렴절차를 정하기로 함
◆11월7일(목) 오후 4시쯤, 디지털혁신기획처장과 총학생회장 통화
- 교내에 일부 교수에 의해 언급된 공학전환 소문에 대한 사실확인 통화, 현재 상황을 설명
- 11월12일(화) 오전에 교무위원회의가 예정되어 있으며, 그 이후에 총학생회와 면담을 요청함
- 만약 이 사안이 교무위원회의를 거쳐 의제화된다면 총학생회 및 중운위 면담, 교학소통 ARETE, 전체 학생 공청회 등 의견 수렴절차는 당연히 진행될 계획임을 설명
◆11월11일(월) 오후 5시10분
- 학생처장이 사정상 오후 5시 처장단과의 회의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 위해 총학생회장과 만남
◆11월11일(월) 오후 8시50분, 처장단과 총학생회장 면담
- 기습적인 본관점거와 백주년기념관 1층 취업박람회 훼손 사태가 발생한 이유 및 경과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함
◆11월12일(화) 오전 8시, 처장단(교무처장·디지털혁신기획처장·학생처장)과 총학생회장단, 중운위 일부 면담
-처장단은 대학비전혁진단의 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아직 의제화되기 이전이며 교무위원회에서 상의해야 의견수렴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 사안임을 설명
- 일단은 교내 건물 및 시설 점거와 시위 상황을 중단할 것을 공식 요청
- 총학생회장단은 공학전환에 대한 논의 자체를 중단할 것과 사과를 요구
◆11월14일(목) 오전 11시 처장단과 총학생회, 중운위 면담
- 공학전환 관련 상호간의 요구사항 논의
- 대학당국은 11월12일(화) 오전 교무위원회의 결과, 현재 폭력적 시위를 해결하는게 급선무이며 공학전환은 시위 상황이 정리되기 이전에 안건으로 올리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교무위원들의 의견이 도출되었음을 설명함
- 총학생회 및 중운위는 공학전환에 대한 논의 자체를 중단할 것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공식 입장임을 재확인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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