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 자백에 육성 녹음파일까지
선거법 위반 사건 대선 전 확정 전망
수원지검 '경기도 법카 유용' 혐의 기소
지난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기 시작한 가운데 다음 주로 예정된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서도 이 대표에게 중형이 선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판 기간 제한이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결과가 2심에서 뒤집히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또다시 중형이 선고될 경우 이 대표의 다음 대통령 선거 출마가 사실상 어려워지는 만큼 민주당의 재판 불복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오는 25일 오후 2시부터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전화해 자신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해줄 것을 교사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당시 이 대표는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자격사칭죄로 2004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도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에서 '누명을 썼다'고 거짓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검찰은 김씨가 2018년 12월경 이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로 위증을 부탁받고, 실제로 법정에서 이 대표가 부탁한 취지 대로 위증을 했다고 보고 김씨를 위증 혐의로, 이 대표를 위증교사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2019년 2월 1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선서를 한 뒤 실제는 그런 협의나 분위기가 있었는지 모르거나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검사 사칭 사건 당시 김병량과 KBS 측 사이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 위해 최모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자는 협의 또는 그러한 분위기가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는 것이 검찰이 김씨의 공소장에 적시한 범죄사실이다.
법조계에서는 앞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보다 위증교사 사건의 유죄 가능성과 중형 선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리 대법원은 위증죄의 '허위' 판단에 있어 당사자의 내심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인지를 기준으로 삼는 '주관설'을 취하고 있는데 이 대표로부터 위증을 교사받고 실제 법정에서 위증했다는 김씨의 자백 외에도 김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부탁하는 이 대표의 육성 녹음파일과 법정에서 변호사가 질문할 내용과 모범답안을 김씨 측에 전달해 답변을 연습시킨 정황 등 유죄를 뒷받침할 여러 증거들이 재판부에 제출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부장판사도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던 사건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를 앞둔 상태에서도 연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실패한 교사'라는 등 무죄를 주장하는 글을 올렸던 것도 이번 사건의 유죄 가능성을 더 높게 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위반죄가 유권자의 민의를 왜곡해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죄라면, 위증교사죄는 국가의 사법기능을 훼손하는 범죄로 피해자가 법원 내지 사법당국이라 할 수 있는 만큼 다른 범죄에 비해 징역형 선고가 많은 범죄로 알려져 있다.
법조계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언급한 '법정구속'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실형이 선고될 수는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까지 부장판사로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재판에 임하는 이 대표의 태도나 사법부를 무시하는 듯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모습에 상당수 판사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미 이 대표에게 피선거권이 상실될 수 있는 형의 선고가 있었던 만큼 위증교사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 입장에선 양형에 대한 부담이 확연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죄의 경우 반드시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월 이내에 2심 판결을, 또 2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월 이내에 대법원 판결을 각각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법률에 '강행규정'으로 표시된 이 조항을 '훈시규정'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일반 범죄에 비해 재판부가 재판 기간에 대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소한 다음 대선이 치러지는 2027년 3월 전에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편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1심 재판부가 논란이 됐던 '김문기를 성남시장 시절에는 몰랐다'는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도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한 만큼 2심에서 유무죄 판단이 뒤집히거나, 형량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허위사실공표의 대상인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됐던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1심에서 무죄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법리적으로 다퉈질 부분이 없다는 분석이다.
선거범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됐을 때는 5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을 때는 10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위증교사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그 형이 실효될 때까지 피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이나 금고형은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뒤 10년,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금고형은 5년이 지나야 형이 실효된다.
이날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허훈)는 경기도 법인카드 등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이 대표와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A씨, 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법인카드 등 경기도 예산으로 샌드위치, 과일 및 식사 대금으로 지출하는 등 총 1억653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써 이 대표가 받는 재판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후원금(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및 제3자 뇌물죄 등) ▲위증교사 등 3건과 수원지방법원이 심리 중인 ▲대북송금(제3자 뇌물수수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사건 등 4건에서 5건으로 늘어나게 됐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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