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더 붙일 수 있어 선호
개인정보법 위반은 인지해야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아란씨(31)는 얼마 전 낯선 필라테스 샵으로부터 '오픈 기념 할인 이벤트' 문자를 받았다. 해당 매장은 김씨가 1년 전 잠깐 다닌 적이 있는 필라테스 매장으로, 기존 원장이 매장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면서 김씨 등 기존 회원들의 연락처도 함께 넘긴 것이었다.
김씨는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곳에서 일주일에도 몇번씩 문자가 오길래 의아했는데 나를 포함해 다른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넘어갔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내가 등록한 곳은 기존 매장인데 허락도 없이 개인정보를 넘기는 것은 위법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헬스·필라테스·네일샵 등을 중심으로 가게를 양도할 때 기존 회원 개인정보가 담긴 '단골 리스트'를 함께 넘기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회원 관리가 핵심인 업종일수록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낮을 수 있다며 엄연히 불법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8일 헬스장·필라테스 매장 등을 양도·양수하는 한 거래소 사이트를 살펴보니 대다수 매물이 역세권·주거밀집지역 등의 지리적 이점을 강조하며 높은 손님 유입률을 홍보하고 있었다. 또 '인수 시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전부 제공해드린다'며 회원들의 개인정보 거래를 암시하기도 했다. 헬스·필라테스·네일샵 등은 회원 관리가 운영의 핵심인 만큼 기존 회원들의 이름, 연락처, 주소 등 정보를 함께 넘기는 조건으로 권리금을 더 붙여 팔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양도·양수를 담당하는 한 창업 에이전트 관계자는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 지역 13평형 매장의 권리금이 15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회원 DB를 넘기는 조건으로 200만~300만원 정도는 더 받을 수 있다"며 "워낙 고객 관리가 중요한 업종이다 보니 회원 DB를 넘긴다는 매물이 더 빨리 빠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같이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회원 개인정보를 거래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할 경우에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용 목적 등을 알려야 한다. 또 수집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정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시엔 전체 매출액의 100분의 3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매장 포화 상태로 고객 경쟁이 극에 달한 피트니스·뷰티 서비스업에서 불법 개인정보 거래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소기업벤처부의 창업기업 생존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5년 후 폐업률'이 높았던 업종은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77.7%)으로 조사됐다. 창업하더라도 5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이 10곳 중 8곳에 달하는 셈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필라테스·헬스 매장 등은 단골 관리가 영업의 핵심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고객 정보가 매출로 직결되는 만큼 정보를 돈으로 사고파는 행위도 더 만연하게 발생하는 것"이라며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할 땐 기존 고객 정보를 넘기더라도 해당 고객에게 정보가 넘어간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리고, 해당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탈퇴할 수 있다는 권리 행사에 대한 부분까지 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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