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조작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투자자문업체 대표 라덕연(42)씨에게 검찰이 징역 40년과 함께 2조원대 규모의 천문학적 벌금을 구형했다. 지난해 5월 1심 재판이 시작된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검찰은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무등록 투자일임업 등) 및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 등 혐의를 받는 라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벌금액 2조3590억원 및 추징금 127억원도 함께 구형했다.
검찰은 "라덕연 피고인은 이 사건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라며 "시종일관 범행을 부인하고 범행으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다수의 피해를 야기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과 라씨측 변호인단은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시세조종' 혐의의 성립을 놓고 치열하게 다퉈왔다. 라씨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기존에 다뤄진 주가조작 사건과는 전혀 다르다"며 "매집으로 인해 주가가 상승한 경우 이를 주가조작으로 보는 판결이 선고된다면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외국인이 선뜻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라덕연 조직이 투자한 종목은 공소사실에 포함된 8개 종목 외에도 CJ가 있었는데, 유독 CJ만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의문을 남겼다. 변호인은 "이 사건 기소가 피고인 거래패턴의 위법성을 단죄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폭락 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이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라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정으로 송구하다"면서도 "2023년 4월24일 9개 종목의 하한가 사태로 촉발된 본 사건은 절대 제가 의도하고 기획한 일이 아니다"라고 기존의 주장을 강조했다.
한편 라씨 조직에서 활동하거나 시세조종 범행 과정에 가담한 공범 14명에게도 각각 징역 3~20년의 징역이 각각 구형됐다.
라씨와 가깝게 지내며 투자자를 유치하고, 정산법인 계좌를 통한 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전직 프로골퍼 안모씨에게는 징역 20년의 중형이 구형됐다. 벌금도 시세조종 규모의 3배에 해당하는 약 2조2300억원, 추징금 약 120억원을 함께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안씨는 조직 3인자로서 범행을 주도한 점이 명백하다"며 "라씨와 항상 함께 다니며 (투자자 대상) 영업을 하고, 실제 (재계 인사인) 부친을 통해 투자가 유치된 부분이 매우 많고 조세포탈 혐의도 추가로 있다"고 말했다.
라씨 조직원은 아니었으나 의사들을 중심으로 투자자 유치 역할을 한 재활의학과 원장 주모씨에게도 징역 15년, 투자자 관리를 담당한 조직원 조모씨에게는 징역 12년이 각각 선고됐다.
범행 당시 현직 시중은행 기업금융팀장이던 김모씨와 증권사 부장 한모씨에게도 징역 10년의 중형이 각각 구형됐다. A씨는 은행 고객을 투자자로 유치해 그 대가로 2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라씨 조직에 증권사 고객의 돈 168억원과 고객 명의 증권계좌 대여를 알선하고 그 대가로 약 2억9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외에 라씨 조직에서 투자자 유치 및 관리, 매매팀장, 정산용 법인계좌 대여 등 혐의를 받는 공범들에게는 각각 범행 가담 정도를 감안해 징역 3~8년을 구형했다.
이들은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불법적 무등록 투자일임업을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 상장기업 8개 종목을 시세조종해 7377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라씨 조직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형 전국구 주가조작 조직’으로 규정, 관련해 기소된 인물만 60여명에 이른다.
선고는 내년 1월23일 이뤄질 예정이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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