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개선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다수의 손해보험사들이 실적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손해보험의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은 36.1%로 손보사 중 가장 높았다. 뒤이어 하나손해보험(36%)·MG손해보험(29.8%)·삼성화재(20.7%)·흥국화재(20.4%)·DB손해보험(18.7%) 순으로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이 컸다. 월납 초회보험료 기준 국내 전체 손보사의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3.2%에서 올해 3분기 62.2%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무·저해지 보험은 납입 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어 보험료가 일반보험보다 저렴한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을 높게 가정해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보험사의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을 분석해보니 30년차 계약 중 10년차 정도부터 1.9% 정도로 높게 가정했다가 이후 1.1%까지 서서히 낮아지고 막판에 30년차에 급격히 0%대로 떨어졌다. 올해 손보사가 판매한 20년납 기준 무·저해지 어린이 종합보험의 경우 납입완료 시점(20년차) 해지율이 DB손보 2.5%, KB손보 2.5%, 현대해상 1.7%, 롯데손보 1.4% 수준이었다.
이는 지난 7일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과는 동떨어진다. 금융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보험사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시 '원칙모형(로그-선형모형)'을 따르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원칙모형은 기존 모형보다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해 보험계약 연차가 쌓일수록 해지율이 빠르게 0%로 수렴한다.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해 CSM을 부풀릴 수 없도록 한 조치다.
당국은 원칙모형 대신 보험사 각자의 경험통계에 기반한 예외모형을 사용하도록 열어뒀지만 전날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원칙모형을 따르도록 압박하면서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이 큰 보험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전날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주요 보험사 경영진과 간담회를 열고 예외모형 선택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내년도 우선 검사대상에 포함하고 대주주 면담까지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단기 실적을 중요시하는 임기제 경영진의 경우 예외모형을 선택할 유인이 크지만 장기적인 회사 발전을 바라는 대주주의 경우 원칙모형을 선택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보고 대주주를 설득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원칙모형과 예외모형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개선안을 발표해놓고 불과 나흘 만에 이를 뒤집는 얘기를 하는 건 당국 스스로 무능력하다는 방증"이라며 "이처럼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자주 오락가락하면 보험 회계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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