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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대담]이철희 "사실상 식물대통령 됐다", 강원택 "중요한 건 위기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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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내년 쯤 대통령 탈당 얘기 나올 듯"
이철희 "'김건희 의혹' 수사로 매듭지어야"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지났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김건희 여사 특검, 이재명 대표 재판을 내세운 여야 갈등은 날로 가팔라지고 있다. '탄핵'으로 상징되는 정국 불안정성도 커졌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대결하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윤 정권 집권 후반기가 시작된 시점에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와 이철희 전 국회의원의 대담을 통해 현 정국을 진단하고 변화 가능성을 짚어봤다. 대담은 지난 1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아시아경제 11층 회의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사회> 우선 요즘의 한국 정치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강원택(이하 강) : 정치의 실종? 정치의 무기력?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 정치는 항상 갈등이 있고, 차이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전에는 풀어내는 힘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정치가 무기력해진 것 같다. 그 이유는 정치의 양극화보다 정치 리더들의 무능과 경험 부족, 그런 것들이 더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자기 편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는 느낌이다.


모든 개혁이란 게 저항이 있거나 이해관계에 걸린다. 그걸 풀어내고 돌파하는 게 정치력이고 리더십이다. 그러려면 야당도 만나서 이야기하고 설득도 해야 한다.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도 조정을 해줘야 한다. 지금 국가적으로 그런 역량이 사라졌다. 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 정부에서 뚜렷하게 이뤄진 게 없지만, 길게 보면 지난 10년도 비슷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정치리더십이 약화했다.


이철희(이하 이) : 정치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 현실 정치에 몸담았던 사람 입장에서 보면 참담하다. 부끄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정치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이 저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정치 공동체에 속해 있었던 한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과거에는 갈등을 어느 정도 봉합하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역할을 정치가 해줬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그런 기능이 사라졌다. 정치가 나라를 옥죄고 있다. 갈등을 푸는 역할이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키는 쪽으로 가다 보면 결국 나라가 거덜 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다음 대선 때까지, 또는 그다음 정부 때까지가 마지막 기회다. 지금 같이 양 진영이 대치하고 서로 죽여야만 사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그것이 대선 이후 5년 동안 또 연장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굉장히 암울할 것이다.


정치대담. 윤동주 기자

정치대담.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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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렇다면 변화의 싹과 새로운 정치의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강 : 단기적으로 보면 대통령이 해야 한다. 2년 반이 지났는데, 지지율이 말해주듯 한 게 없고 잘못하고 있다. 2년 반 성적표가 처참하다. 모든 대통령은 다 아마추어로 시작한다. 그 열심히 준비했던 DJ(김대중 전 대통령)조차도 아마추어로 시작했다. 이제는 뭔가 (윤석열 대통령이)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본인이 각성해야 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하고, 지난 2년 반 동안 못했거나 잘못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길게 보면 지금의 과도기라는 건 세대 측면이 있다. 386 세대가 너무 오랫동안 정치를 한다. 세대교체가 되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새로운 어젠다(의제)를 끌고 나가면 조금 다른 얘기가 될 것 같다.



이 : 대통령의 역할이 크다는 것엔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기대할 바는 없다. 지금까지 한 것이나 최근 기자회견을 보면, 대통령이 그런 통합적 리더십, 미래를 위해서 힘을 합치는, 그런 리더십을 발휘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기대를 접었다. 야당의 책임도 있다. 야당은 상당히 강한 입법 권력을 갖고 있다. 이 권력을 가지고 저렇게밖에 못하나, 계속 대치만 하고-. 반대 진영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지나치게 대결적이고 대치 편향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입법 권력을 가진 다수당 책임도 있다.


변화는 역시 당내에서부터 다른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다른 정파, 다른 분파들이 내부 노선 투쟁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에는 국민의힘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 여당이 대통령을 잘 가이드하고 엇길로 못 나가게 가드레일을 쳐줬어야 하는데, 속된 말로 추앙만 하고 추종만 하다 보니까 대통령이 겁이 없어졌다. 여당의 말이 안 먹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여당이 여당답게 대통령을 견제하고, 설득하고, 또 지원하는 그런 다중의 역할을 제대로 하면 좋겠다. 거기서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좀 이렇게 강제돼서 변화해야지 윤석열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기에는 이미 늦었다.


<사회> 윤석열 정부 전반기가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이 : 17점 정도다. 아예 채점 대상이 안 될 정도다. 제가 주목하는 건 여사 문제나 인사 문제, 이런 것보다 전체적으로 무능하다는 점이다. 촘촘하게 무능한 것 같다. 경제·안보·정치·사회·문화 전 영역에 있어서 무능하다. 특히 사회·경제적 무능이 크다. 보통 사람들의 삶이 계속 힘들어지는데, 거기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대통령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그냥 거기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인사 문제, 부인 문제 이런 데로 지금 관심이 가지 않나. 하지만 기저에 깔린 근본 요인은 경제적인 무능이다. 경제가 좀 괜찮고 이 정부 들어와서 좋아졌다고 하면 이렇게까지 국민들이 인색하지 않을 수 있다.


국민이 화를 많이 내는 이유는 결국 사회 경제적으로 답을 못 내고 신경을 딴 데 쓰기 때문이다. 여기서 답을 내지 못하면 이후로도 회복하기 어렵다. 그런데 경제라는 게 국내 경제만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수출이나 대외 환경이 너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 경제도 안 좋고 미국도 지금 트럼프가 들어왔는데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나.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 삼성 반도체가 저렇게 돼도 그것이 삼성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지 않나. 현재 우리나라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있기 때문에 일종의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어젠다 중 하나인데, 신경 안 쓰고 방치하고 있다시피 하다. 전반기 2년 6개월의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무능'이다.


강 : 겸허하지 못했다. 정치적 경험이 없었고, 1%가 안 되는 근소한 차이로 당선이 됐으면 1차적으로 해야 하는 대통령의 역할은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지지 연합을 넓게 하면서 튼튼하게 끌고 나가면, 그게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본인은 더 경험이 없기 때문에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처음부터 오만했다. 정치적 경험이 적을수록 당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그런데 일단 처음에 (대통령이) 되자마자 대통령의 승리 연합에 매우 중요한 한 축이었던 이준석 전 대표를 내쫓았다. 그것도 굉장히 모욕적인 방법으로. 거기서부터 지지율에 전반적인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그다음에는 우리가 알고 있지만, 이만큼 소통이 안 되는 대통령이 어디 있나.


<사회>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이 17%까지 나온 조사 결과가 있고, 다른 여론조사기관 지지율도 20%대 초반대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이 : 17%냐 20%냐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낮아도 너무 낮은 지지율이다. 그러니까 지금 대통령은 굳이 영어로 표현하자면 언프레지덴셜 프레지던트(unpresidential president)다. 대통령답지 않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호응을 안 해주는 것이 문제다. 제가 우스갯소리로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에겐 권력기관이 세 개다. 지역으로는 TK(대구·경북), 세력으로는 검찰, 멘털로서는 부인인데 부인은 무력화됐다. TK가 지금 완전히 흔들려 버렸다. 마지막 남은 게 검찰인데, 이것도 곧 흔들릴 것이다. 권력의 세 기반이 다 흔들렸는데, 무엇을 갖고 통치를 하겠나.


17% 지지율이라는 것은 없는 것과 똑같다. 지지율이 낮으면 영(令)이 안 선다. 언론이 대하는 것도 달라지고, 공무원이 대하는 것도 달라진다. 그래서 대통령이 끝까지 지켜야 할 유일한 전략자산이 하나 있다면, 그건 지지율이다. 다 잃어도 지지율만 있으면 버텨내는데, 이분은 권력 기반도 별로 없는 데다가 지지율까지 바닥을 치니 지금은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다. 정부가 지금 작동을 안 한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다.


정치대담. 윤동주 기자

정치대담.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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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이제 2년 반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지금이야말로 본인이 변해서 지지율 반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을 해야 한다. 일단 사람을 넓게 쓰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본인이 다 틀어쥐고 모든 걸 하려고 하면 관료들은 안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내년 말이 되면 차기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지방선거까지 겹치면서 거기에 맞물려 정치의 시간으로 돌아가면 내년 후반기부터는 아무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일할 수 있는 게 딱 1년 정도인데, 그사이에 지금 같은 리더십 스타일로 계속 가면 대통령은 있지만, 대통령의 역할이 없는 1년을 보내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위기의식 같다.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는 좀 덜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국민의힘의 문제는 수도권 의원이 몇 명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체감도가 떨어진다. TK 지지율이 많이 낮아졌으니 이대로 안 되겠다는 생각은 좀 할지 모르겠다.


이 : 하나 보태면, 국민의힘이 저렇게 붕 뜨고 위기의식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탄핵 트라우마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재명 늪에 빠져 있다. 이재명 대표만 어떻게 하면 문제가 풀릴 것처럼 생각하는데, 이게 안 풀린다. 이재명 대표를 어떻게 정리한다고 해서 위기가 다 일거에 해소될까? 해소 안 된다. 별개의 문제다. 속된 말로 이 대표만 '잡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는 그 생각 자체가 하나의 늪에 빠진 것이다. 그 늪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사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어떤가? 여권의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이 : 애는 쓰는데 아직 검사 문법, 특수부 검사로서의 수사 문법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국민 눈높이, 신속한 반응을 얘기하는데 조금씩 부족하거나 늦다. 여권을 좀 정리하고, 대통령도 설득하고, 당도 변화시키면서 끌고 가는 리더십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영어로 표현하면 투타이니(too tiny), 너무 자잘하고 팩트에 집착하고 자기 논리에 빠진 것 같다. 약간 무리하거나 오버해도 큰 방향에서 뭔가 변화를 이루려고 하고 그게 공감이 되면 국민이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결기나 힘이 잘 안 느껴진다.


이대로 가면 향후 여권의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 한 대표가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 하나 있다. 또 검사한테 정권을 주냐는 심리다. 지금까지는 그걸 전혀 못 넘어서고 있다. 또 검사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지금처럼 하면 대안이 되기 어렵다. 그리고 1대1로 야당 후보랑 붙으면 이기는 그림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지는 카드라고 하면 그날로 폐기될 것이다.


강 : 왜 한동훈을 대표로 뽑았을까, 이재명 맞춤 카드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됐을 때랑 비슷한 정서가 반영이 된 것 같다. 큰 틀에서 정치인으로서 보다는 일단 야당에 맞서서 대항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종의 싸움꾼 같은 형태로 한동훈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차이가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적인 경험을 할 수 없었지만, 한 대표는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다. 본인에게는 수련 기간, 지지자들이나 국민이 봤을 때는 검증 기간이다. 아직은 뭐 이렇다, 저렇다고 판단하기는 조금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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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건희 여사 이슈는 어느 정도 정리되는 수순일까,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갈 것 같나.


이 : 계속 간다. 대통령이 구조적으로 부인의 목소리를 덜 반영해도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당과 면밀하게 협의해서 의견을 구한다든지, 비서실에서도 좀 다른 목소리들이 들어와서 구조적으로 의견이 정리되는 흐름이 형성되면 안에서 개입하기가 힘들어진다. 지금은 윤 대통령 스스로가 고립돼 있다. 호통치고 이러니까 비서들도 감히 직언을 못 하고, 당은 당대로 얘기해봤자 안 되니까 혼자 고립돼 있지 않나. 그러다 보면 당연히 김건희 여사의 목소리와 역할이 커진다. 이걸 줄이는 방법은 부부 사이에서 '너 하지 마' 이런다고 되는 게 아니라 국정의 정상적인 논의 구조,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면 안에서 끼어들 여지가 줄어든다.


(김건희 여사) 특검은 (대통령이) 안 받을 거다. 상설 특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이걸 정리를 안 하면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수사가 된다. 그때 더 세게 얻어맞을 수 있다. 정치적으로 더 논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아프지만, 이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풀고 가야 한다.


강 : 특검을 받기는 힘들 것이다. 김건희 여사 이슈는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 쉽고 문제의식을 갖기 쉬운 이슈다. 야당 입장에서는 계속 활용할 수 있고 대통령은 받기 어려울 것이다. 계속 오래 갈 수 있는 이슈다. 그래서 일단 1차적으로 중요한 건, 이제는 여사가 못 움직인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도 다 해야 한다. 선제적으로, 어떤 이유로 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지금은 모든 결정이나 액션이 너무 느리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 알고 있고,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했다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 그냥 변명만 했다.


<사회> 특별감찰관 임명이나 제2부속실 설치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이 :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런데 그게 문제의 본질적 해법은 아니다. 정치사를 보면 대통령 가족 문제가 불거졌을 때 결국은 검찰 수사로 매듭이 지어졌다. 김영삼 대통령 때 김현철 사건이 그렇고, 김대중 대통령 때 아들들도 다 그렇게 정리가 됐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가는 것이다. 그걸 안 하겠다고 무조건 힘으로 눌러 막는다고 해서 언제까지 막아지겠나. 다음 정부까지 안 가고도 검찰이 후반기쯤 되면 칼을 거꾸로 잡을 수 있다. 총구를 다른 데로 돌릴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가족 논란이 계속되면 오빠 문제나 엄마 문제로 또 넘어간다. 그때는 이제 예컨대 권력형 비리라는 사건으로 갈 수 있다. 걷잡을 수 없이 가게 돼 있다. 세상인심이라는 게 그렇다. 그것을 끊으려면 팔 하나 정도는 내놓고 그만하자고 해야지, 피 한 방울도 안 흘리며 그만하자고 하면 누가 들어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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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야권에서는 대통령 탄핵, 임기 단축 개헌 등을 주장한다. 현실성을 어떻게 보나.


강 : 탄핵은 어렵다. 한번 경험을 했으니 다 안다. 그게 어떤 결과가 되고 그로 인해서 지불해야 할 비용도 있다. 만약에 이번에 또 탄핵으로 대통령이 물러나게 되면 이제 대통령제는 수명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제의 특성이 임기 고정성인데 그게 파괴되는 것이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뽑히더라도 반대자들은 탄핵의 구실만 찾으려고 할 것이다. 전반적인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라서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개헌을 하긴 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임기 단축하고 4년 중임하자는 것은 8년 대통령제를 하자는 얘기다. 4년 중임이라는 건 웬만하면 8년 시키자는 것과 같다. 지금 문제가 대통령제 때문에 생기는데 그걸 8년을 시키자? 올바른 방향 같지 않다. 그래서 개헌하게 되면 차라리 87년 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통해서 분권적인 형태로, 그러니까 중앙정부는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중앙정부하고 지방정부도 좀 나누고 그런 형태로 가야 할 것 같다.


이 : 탄핵이나 임기 단축 개헌, 하야 다 쉽지 않다. 대통령의 지금 행태로만 보면 탄핵을 부르는 것 같은데, 국민의힘이 탄핵당했을 때 져야 할 짐이 너무 크다. 대선 패배는 기정사실이니 아마 국민의힘이 한사코 안 하려고 할 것이다. 또 탄핵으로 가게 되면 주변이 또 초토화될 것이다. 대통령 한 사람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고위 공직자 엘리트들이 다칠 것이다.


그러면 어떤 생각을 할까. 예컨대 대통령을 탈당시키고 일종의 중립 내각 형태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고 총리가 사실상 제청권을 행사해서 내각을 좀 넓게 구성하는 그런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개헌 안 하고도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받아주면 된다. 이런저런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전망해보면 대통령이 저걸 할까?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자기 선거 또는 지방선거, 대선을 놓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동주 기자

이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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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시간이 갈수록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과 강하게 차별화를 할 것 같다. 많은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떠밀려서 탈당하지 않았나. 내년쯤 탈당 얘기가 나올 것 같다. 당정 관계를 신경 써야 하는 건 대통령이다. 당은 언제든지 튀어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듣기 싫은 이야기도 듣고 김 여사 건도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도 좀 보여주고, 이런 것들을 지금 못하면 내년 상황이 확 불리해진다.


<사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우클릭 행보를 하고 있다. 판결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인지, 집권을 위해 중도층에 호소하기 위한 것인지 평가가 엇갈린다.


강 : 두 가지 다 아니겠나. 차기 유력한 대권 후보로서 이미지 변화를 하는 게 사법부에 압박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보면 호남 지역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지지가 한 30%에서 35% 정도 나온다. 핵심 지역에서도 아직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리더라면 중도적인 유권자로의 확장 같은 것들은 그동안 더더욱 어려웠던 상황이다. 그런 차원에서 노력하는 것도 있다.


이 : 이 대표는 미국 민주당 해리스 후보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해리스가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셀럽들이랑 유세해도 안 먹혔다. 맨날 민주주의 외치고 임신중절권을 찾고 뭐 이렇게 했는데 유권자들은 크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진보정당의 승패는 먹고사는 문제, 사회·경제적인 프레임에서 나온다. 대안을 계속 제시하지 않고 본인의 인물 경쟁력만 내세워서는 유효한 선거 전략이 되기 어렵다. 지금 이재명 대표에게 사회·경제적인 프로그램이 있는가. 정말 손에 잡히는 게 뭐가 있나? 당장 삶의 문제를 풀어주는 건 아무것도 없지 않나? 그걸 왜 우리가 해야 하냐고 할 수 있지만, 대선주자로서 해야 할 몫이 있고, 입법 권력을 가진 당 대표로서 해야 할 몫이 있다.


<사회>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강 : 민주당 내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 민주당 내에서 지금 조용히 있는 분들이 많다. 민주당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이대로 가도 되느냐는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다.


이 : 그렇지 않다. 나오기 쉽지 않다. 목소리를 낼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냈을 것이다. 이미 다 정리됐다. 유죄판결 받았다고 해도 당내에서 대표직 물러나라는 요구 등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 본인도 무슨 일 있었어? 이런 태도로 일관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것이다. 만약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으면 이재명 대표가 굉장한 압박을 받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사회> 집권 후반기를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이 요구된다고 보나.


이 : 짧게 요약하면, 'Be presidential(대통령답게 해라)'이다. 우리가 민주화 이후에 대통령이 여러 명 나왔다. 그동안 대통령들이 일하는 방식이 있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문법이라고 할까, 관행 같은 게 있었다. 그대로 하면 된다. 그것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엄청난 변화라고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사실 어려운 해법이 필요 없다.


강 교수는 대통령이 현 상황이 위기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동주 기자

강 교수는 대통령이 현 상황이 위기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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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내가 지금 위기 상황이고, 고립돼 있다'는 걸 깨닫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거기서 해결책이 나온다. 위기를 극복하고 고립된 것을 벗어나려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야 한다. 동시에 사람들을 왕창 바꿔야 한다. 얼마나 포용력 있게 인사를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야당에 혹시 이 분야는 좀 추천해 줄 사람 있냐고 제스처라도 취할 필요가 있다.


어떤 형태로든 야당을 파트너로 생각해야 문제가 풀리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대통령은 지금 야당은 물론 여당, 국민으로부터도 고립돼 있다. 이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선 여는 수밖에 없고 다가서야 한다. 일단 지지율이 한 30% 수준으로라도 올라가면 변화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잘할 수 있는 게 이제 한 1년 정도밖에 없다. 굉장히 위기감을 가져야 하고, 그런 것들을 본인이 느껴야만 변화가 만들어진다. 그게 충분치 않다면 지금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소용없다.





사회=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정리=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정리=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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