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신과 의사가 펴낸 '직장 썩게 만드는 사람들'
과도한 자기애로 나는 대단해 인식만 남아
기업들도 고민 많지만 정작 본인은 문제인지도 몰라
저자 "천성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점 알아야"
근성을 강요하고, 상대를 깔보고, 책임을 떠넘기며, 발목을 잡고, 사람에 따라 태도를 바꾸고, 자기 보호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느 직장에나 존재한다. 이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직장은 썩는다.
12일 일본 매체 ‘현대비즈니스’는 최근 5만부 이상 팔린 ‘직장을 썩게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쓴 저자(카타다 타나미 정신과 의사)의 칼럼을 실었다. 이 책은 700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해온 정신과 의사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직장을 썩게 만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일본 사회에서는 ‘자기애 과잉 사회’라고 불릴 만큼 강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만의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에는 더 강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이 많다. 과도한 자기애는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고, ‘자기애 과잉 사회’라는 책이 출간될 정도다.
저자는 미국을 본받아 자유롭고 민주적인 소비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일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했다. 자존감, 자기 표현, ‘자신을 좋아하는 것’ 모두 일본의 교육이 현재 목표로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교육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나르시시스트를 만들어 내는 결과를 초래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아이를 지나치게 애지중지하고 칭찬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점이다. 아이의 욕구를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게 됐다. 칭찬하며 키우는 것이 추천되는 이유는 "칭찬하면 자존감이 높아져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칭찬하면 성적이 올라가고, 칭찬할수록 능력이 향상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에 소개된 20대 남성 은행원은 고학력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잘하지 못하며, 인정 욕구가 커 항상 "나는 이렇게 대단하다"라며 상대를 깔보지 않으면 못 견딘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일이 잘되지 않아도 자신이 부족해서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애가 상처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피해자처럼 행동한다. 잘되고 있는 사람을 보면 강한 부러움을 느껴 비방하거나 끌어내리려 하기도 한다. 강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이 특별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착각한다. 특권 의식이 강해지는 것이며, 이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직장에 대해 "일은 적게, 보수는 많이"라는 희망을 갖는 것이다.
문제는 ‘자기애 과잉 사회’에서 자라나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식이 주위와 다르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오히려 "내 희망을 받아주지 않는 주위가 문제"라고 생각하며 강한 분노를 느끼기 쉽고, 그 분노로 인해 복수심이 생겨 직장을 썩게 만드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저자는 "직장을 썩게 만드는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극히 어려우며, 그 배경에 숨겨진 구조적 요인도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자신이 남에게 상처를 주고, 주위에 폐를 끼친다는 자각이 본인에게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정신 건강 상담을 맡고 있는 기업에서는 보통 전 직원과 면담을 하는데, 주위로부터 "저 사람 때문에 곤란합니다" "저 사람 좀 어떻게 할 수 없나요?"라는 상담을 받는 사람일수록 정작 본인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고민되는 일은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아 놀랐다고 한다. 저자는 "애초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인간의 성격은 늦어도 18세를 넘으면 본질적으로는 변하지 않는다"면서 "17세기 프랑스 귀족 출신 작가 라 로슈푸코의 ‘광기를 치유할 방법은 있지만, 삐뚤어진 성격을 바로잡을 방법은 전혀 없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어 "21세기인 현재, 다양한 ‘광기를 치유하는’ 약이 개발·판매되고는 있지만, 정작 본인에게 질병에 대한 자각이 없다면 약을 먹지 않으니 당연히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독자들도 명심해두어야 할 점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라고 맺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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