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앞둔 빼빼로의 모든 것
포키와의 상표권 분쟁…빼빼로 승소
누드 빼빼로→초코필드로 이름 변경
11월11일은 빼빼로데이입니다. 친구와 연인, 가족과 빼빼로를 주고받는 날이지요. 학창시절 빼빼로 선물은 발렌타인데이의 초콜릿과 함께 인기의 척도로 통했는데요. 어른이 된 요즘은 주변에서 빼빼로데이를 두고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 )가 만들어낸 상술'이란 소리를 더 많이 합니다.
최고 수혜자는 맞지만…빼빼로데이 시작은 롯데가 아니었다?
물론 빼빼로데이의 최고 수혜자는 역시 롯데웰푸드겠죠. 혹자는 롯데웰푸드가 빼빼로 연매출의 70%를 빼빼로데이 덕에 벌어들인다고 하는데, 직접 확인해보니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롯데웰푸드는 제조사라 9월부터 빼빼로데이 준비 작업에 들어가는데요. 이때부터 11월까지 석 달간 납품하는 빼빼로가 전체의 50% 수준이라고 합니다. 많긴 많습니다.
그런데 롯데웰푸드 측은 빼빼로데이에 관해 최고 수혜자는 맞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상술'이라는 데 대해선 오해라고 하더군요.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볼까요. 지금부터 빼빼로 혹은 빼빼로데이에 얽힌 갖가지 소문들을 확인해보겠습니다.
경남 지역에서 발견된 수상한 빼빼로 매출 증가세…빼빼로데이의 기원은
신문 기사에 빼빼로데이가 등장한 시점은 바로 1996년입니다. 법정기념일은 아니기에 언제부터 빼빼로데이가 있었는지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네요. 하지만 이보다 앞서 빼빼로데이가 만들어진 건 사실인데요. 빼빼로데이의 유래 중 가장 유력한 것은 경남 지역 10대 소녀 기원설입니다. '빼빼로나 묵으면서 살 좀 빼라!' 1990년대 경남 지역 10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빼빼로처럼 날씬해져라'는 의미로 매년 11월11일 빼빼로를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문화가 번지며 이 일대 빼빼로 매출이 급등했고, 이를 접한 경남 지역 영업소장이 본사에 보고하면서 빼빼로데이 마케팅이 확산했다고 해요. 이 정도면 롯데웰푸드가 경남 지역에 기부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빼빼로 누적 매출이 2조원에 달하니까요.
일본 카피캣 논란…원조는 빼배로 아닌 포키
빼빼로 원조 논란도 오래 묵은 이야깃거리입니다. 아마 한국 사람들 중에서도 빼빼로를 두고 일본 과자를 뺏긴 '카피캣'이라고 말하는 이들 꽤 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빼빼로에 앞서 초코 스틱 모양을 한 일본 과자가 출시된 것이 맞았습니다. 일본 제조사 에자키 글리코는 1966년 '포키'를 출시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해태가 판매하는 포키와 동일합니다.) 포키를 보면서 빼빼로 짝퉁이라고 생각한 분들 많으실 텐데, 알고보니 포키가 먼저였던 겁니다. 빼빼로가 국내에 출시된 것은 1983년이니까요. 포키 나이는 무려 58세, 빼빼로 나이는 그보다 젊은 41세네요.
그런데 빼빼로와 포키 모두 국내에서 아무 문제 없이 판매되고 있지요. 그것은 바로 에자키 글리코사의 '원조' 주장 즉 상표권이 법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기 때문이랍니다. 롯데의 빼빼로 출시에 일본 회사가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2000년부터 빼빼로가 미국 수출길에 오르고 영역을 확대하자 에자키 글리코사는 2015년 미국에서 상표권 침해 소송을 벌였습니다. 이 회사는 롯데에 미국 내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경고장을 수차례 보냈다고 하네요. 하지만 롯데가 이를 무시하자 법적 공방에 나섰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포키의 패, 빼빼로의 승리였어요.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은 포키의 '유용한(useful)' 디자인은 상표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답니다. 유용한 디자인이란 과연 뭘까요. 바로 소비자를 한층 더 편하게 만드는 디자인을 뜻하는데요. 미국 법원은 이러한 디자인을 한 회사가 독점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막대형 초코과자는 초콜릿을 손에 묻히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형태니 누구든지 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법의 혜택 받은 롯데웰푸드, "빼빼로 이름 쓰지마세요"?
어찌보면 법의 혜택을 받은 롯데웰푸드네요. 그런데 얄미운 행동을 할 때가 있답니다. 바로 역으로 소상공인들에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고 나선 건데요. 2022년 롯데제과 법무팀은 '빼빼로 DIY 키트'나 '수제 빼빼로'를 판매하는 이들에게 상표권 침해를 주장했습니다. 롯데 빼빼로가 아니면서, 빼빼로 이름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는 것이었죠. 이에 소상공인들은 1111데이, 막대과자, 초코스틱 등으로 이름을 바꿔 제품을 팔아야 했답니다. 사실 긴 초코 과자를 통칭하는 보통명사처럼 빼빼로가 사용돼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당시 과도하고 탐욕적인 대응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답니다.
해외 진출 박차 가하는 빼빼로…누드 빼빼로가 이름 바꾼 사연은
롯데웰푸드는 이제 빼빼로를 한국을 넘은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만들려고 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뉴진스를 모델로 빼빼로데이를 알리는 대형 옥외광고를 했지요.
해외 진출 과정에서 발생한 재밌는 에피소드도 하나 있는데요. 바로 누드 빼빼로가 이름을 바꾼 사연에 관한 이야깁니다. 모두들 누드 빼빼로 아시죠. 초콜릿이 과자를 감싸는 일반 빼빼로와 달리 과자 속에 초콜릿이 들어있는 형태죠. 그런데 이 제품의 이름은 지난해부터 '빼뺴로 초코필드'로 바뀌었답니다. 누드가 나체를 뜻하는 만큼, 해외 수출을 고려하면 과자 이름에서 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답니다.
각종 마케팅과 이름을 바꾸기까지 하는 노력 끝에 빼빼로는 현재 미국, 동남아, 중동 등 약 5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수출 매출액이 약 325억원을 넘으면서 출시 이후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앞장섰다고 합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인도에 첫 해외 생산기지가 마련되면 영향력이 더 커질 듯합니다. 이를 바라보는 포키는 속이 좀 쓰릴 것 같습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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