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대가 질문에 "단돈 1원도 안 받아"
변호인 "명씨가 경청해준 대통령 부부 훌륭하다고 말해"
'공천개입·여론조작' 의혹 집중 추궁할 듯
한 차례 더 조사 후 구속영장 청구 전망
'공천개입·여론조작'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8일 검찰에 출석했다.
명씨는 검찰에 출석하며 "돈의 흐름을 추적하면 금방 해결될 사건"이라고 말했다.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호경) 이날 오전 10시부터 명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명씨에 대한 검찰 조사는 지난해 12월 경남선관위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씨를 수사의뢰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 2월 수사과에서 명씨를 불러 조사한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날 지팡이를 짚고 김소연 변호사와 함께 창원지검에 출석한 명씨는 김건희 여사와의 관계나 공천 개입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서 질문하지 않겠느냐. 조사를 마치고 나와서 입장을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추가 폭로할 예정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폭로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 '공천 대가성으로 돈 받은 사실도 인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한마디만 하겠다. 검찰이 계속 인원이 추가되죠. 계좌추적팀도 왔다고 하고. 돈의 흐름을 추적하면 이 사건은 금방 해결이 된다"며 "저는 단돈 1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명씨가 검찰 청사로 들어간 뒤 김 변호사는 "제2의 윤지오인 강혜경이 본인의 범죄 혐의를 벗기 위해 숨 쉬는 것 빼고는 전부 거짓말을 하며 여러분을 피곤하게 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명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일반 국민이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할 일꾼으로 국회의원 후보를 추천하는 건 대통령이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아무 직함도 없는 일반 국민이 하는 말을 경청하고 귀담아 들어주신 윤 대통령 부부가 참 훌륭하신 분이라고 명씨가 얘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것을 듣고 따랐다는 건 아니다"며 "그냥 미담일 뿐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검찰은 먼저 명씨를 상대로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같은 해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25회에 걸쳐 명씨에게 송금한 9031만여원의 성격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명씨와 김 전 의원은 강씨와의 개인적인 채무관계라는 입장이지만, 강씨는 대선 때 여론조사로 윤석열 대통령을 도와준 명씨가 김건희 여사를 통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도와준 대가라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명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 3억75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81회에 걸친 여론조사를 실시해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남지역 국민의힘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A씨와 국민의힘 광역의원 예비후보 B씨 등 2명으로부터 공천을 미끼로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 ▲창원국가산업단지 선정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검사 6명을 파견받아 11명의 검사로 수사팀을 확대한 검찰은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김 전 의원을 소환해 조사한 데 이어 지난 6일 강씨를 소환해 8번째 조사를 마쳤다. 세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강씨는 명씨와의 대질조사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김 전 의원과 명씨가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전날 명씨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경솔한 언행 때문에 공개된 녹취 내용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는 사과의 글을 올렸다. 또 그는 "녹취를 폭로한 강씨는 의붓아버지 병원비 명목으로 2000만원을 요구했고, 운전기사 김씨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요구하며 협박했습니다"라고 강씨를 저격했다. 명씨가 언급한 김씨는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의 등기부상 대표로 지난달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명씨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은 만큼 검찰은 이날에 이어 9일 한 차례 더 명씨를 불러 조사한 뒤 명씨의 신병확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명씨가 스스로 증거인멸을 시도하겠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는 데다가, 실제 자신의 휴대전화를 처남에게 맡겨 폐기를 부탁한 정황까지 드러난 만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날 윤 대통령이 "명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감출 것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검찰이 명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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