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내수 판매 비중 36%까지 육박
국내 조선과 철강 산업이 중국산 후판 수입을 놓고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철강 업계가 중국산 저가 철강에 대한 덤핑 관세를 건의하자 조선 업계가 이익 타격을 강하게 우려하고 나선 것이다. 조선 업계는 특히 수입 철강 비중이 높은 중소 조선사들이 덤핑관세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덤핑 제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사들의 중국산 후판 수입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11일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조선용 후판(탄소강 후판) 수입 규모는 139만t 수준으로 국내 전체 조선용 후판 판매량(378만t) 중 36.8%를 차지했다. 최고치였던 지난해 36.9%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올해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제소를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철강 업계의 반발에도 조선 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입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철강 업체들의 저항은 올 들어 거세다. 현대제철이 반덤핑 제소를 건의한 데 이어 최근엔 ‘잠정 덤핑방지관세’ 적용이 필요하다고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건의했다. 잠정 덤핑방지관세는 덤핑 관련 최종 결론이 나기 전 임시로 부과되는 관세다.
철강사들이 조치를 내놓는 건 국내 중국산 후판 판매 비중이 간과할 수준을 지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1년 이전까지만 해도 20%대 초중반에 불과했던 비중은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잇단 수주를 기록하던 2021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올라갔다. 2021년 23%에서 2022년 31.6%, 지난해 36.9%까지 올라갔다.
조선사들은 중국산 후판 수입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산보다 15%가량 저렴해 수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중국산 철강 사용 비중을 20%에서 25% 이상 늘려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중소 조선사들을 앞세우며 저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 시)중국산 철강 비중이 높은 중소 조선소, 기자재 업체들의 타격이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양측은 공급망 문제를 둘러싸고도 시각차가 확연하다. 철강 업계는 국내 철강의 점유율이 축소되면 결국 장기적으로 국내 조선사들도 생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철강은 전·후방 산업으로 긴밀히 공생하는 관계인데 중국산 비중 확대는 국내 산업경쟁력·공급망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LNG 선박용 니켈 9% 후판이 업계의 긴밀한 협업으로 가능했다는 게 그 사례다.
반면 조선사들은 철강 수입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차원도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풍 힌남노와 같은 자연재해와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철강 생산이 중단되며 건조 작업에 차질이 발생했다"며 "중국산 후판 사용을 늘리는 이유가 단순히 가격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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