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주최 국회 기정학 시대 한국의 전략 토론회
참석자들, AI 규제 중심 전략 변화 필요성 언급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를 시작할 경우 인공지능(AI)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정부도 기업을 적극 지원해 기술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민희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과방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등 참석자들이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美 대선 후 기정학적(Tech-Politics) 변화와 대한민국의 전략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7일 국회에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가 개최한 '미 대선 후 기정학(技政學)적 변화와 대한민국의 전략' 토론회에서는 AI 분야에서 미국의 입장이 대폭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을 이뤘다. 대표적인 예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급부상이다. 머스크는 테슬라, 스페이스와 함께 XAI를 운영하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스크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초기 투자자였기도 하다.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원은 "머스크가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AI정상회의에 참석해서 왜 정부가 AI를 규제해야 하느냐고 말했다"고 거론했다.
그는 "바이든은 AI 안전에 중점을 뒀지만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AI 정책이 혁신을 저해한다고 비난했다. 아마도 트럼프는 AI 민간 자율 규제에 힘 실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AI 규제가 트럼프 집권 시 대폭 완화되면 미국을 추격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특히 AI 개발을 위한 GPU를 사실상 미국이 독점한 상황에서 AI 개발은 미국이, 규제는 유럽연합(EU)이 중심이 되던 지금의 방향성 크게 달라질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윤 연구원은 "우리가 추진하는 AI기본법에도 영향이 많을 수 있다"면서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입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 현장에서 반도체를 이용해 AI를 개발하는 이동수 네이버 이사는 "최근에는 AI 분야에서 (기술 유출을 우려해) 논문으로 기술을 공개하지도 않는다"고 우려했다. 미국 중심의 AI 독주 체제가 더 강화될 수 있음을 예상한 언급이다. 이 이사는 최근 미국 AI기업 앤스로픽이 이용료를 4배나 인상한 것을 예로 들며 "AI와 반도체 관계자들이 똘똘 뭉쳐서 자립 형태의 기술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동수 네이버 이사 역시 규제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규제 많이 풀어질 거라 하는데 정말 규제가 상당하다"라고 지적하고 "우리도 AI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하고 반도체 수요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백서인 한양대 교수는 "우리가 자만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 정신 번쩍 차려야 한다"라면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백 교수는 "국가는 민간이 못하는 분야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덜 한 게 맞다. 기술 자립보다는 너무 적은 지원이 문제다"라고 평가했다.
백 교수는 이어 "중장기 기정학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명확한 방향성 액션플랜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가 가진 동력도 동력을 잃거나 다른 나라가 가져가기 좋은 상황이다"라고 우려하며 정확한 정보 파악을 위한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서용석 카이스트 교수는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핵심은 인재 확보다. 우리는 예산을 투입해 인재 만들어도 뺏기고 있다"면서 카이스트도 지난 8년간 박사 학위를 받고 해외에 취업한 이가 4배 늘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그는 "처우도 중요하지만, 과학자가 멋져 보이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유회준 카이스트 교수는 "트럼프가 경제에 중점을 두고 있어 외교 문제에서 동맹 차원의 대응을 강조한 바이든 정부에 비해 쉬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미국에 투자한다고 하면 (트럼프가) 좋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다양한 지역에 진출해 반도체 공급망을 다변화 해야 하고 보다 정교한 반도체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현재 한국 반도체 업계에 생태계가 사라지고 오로지 삼성과 SK하이닉스만 보이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우리가 뉴로모픽 분야에서 앞서갈 수 있고 가전이나 공장에도 AI를 적용한 AIX로 충분히 세계를 리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 최형두, 김현 간사를 비롯한 국회의원, 전문가 그룹 등이 참여해 국회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광형 총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나라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며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은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필연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과학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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