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관세 부과·中 견제 강화
짙어진 '트럼프 리스크'
연간 수출액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듯
韓 성장률 1%P 하락 전망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우리 경제가 또다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때와 같이 강력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칩스법(반도체지원법) 폐지까지 예고되면서 '트럼프 리스크'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을 흔들고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편적 관세 이행시 연간 수출 최대 448억달러 감소
트럼프 2기 집권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수출 위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보편적 기본 관세가 실제로 이행될 경우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은 연간 222억달러부터 최대 448억달러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0.6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고강도 견제도 우리 경제의 위협 요인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 산업에서 중국과의 교역을 축소하는 디커플링 정책을 강조하면서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철폐하고 중국 수입품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고 계획한 바 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로 인해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의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상대로 관세를 인상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은 6%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8월 경제전망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트럼프 집권 당시의 관세 인상은 대중 수출을 3% 정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의 업종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의 대표 경제정책이었던 IRA와 칩스법을 무력화하는 등 미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의 보조금을 백지화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전기차 업종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의 수출 환경은 트럼프 1기 때보다 더 나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미국에는 8위 적자국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마지막 해인 2020년 대미 무역흑자는 166억달러였으나 조 바이든 정부 시기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에는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1~9월 대미 무역흑자는 399억달러를 기록해 연간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올해 1~8월 기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어 8번째 적자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조치 등으로 무역적자 해소를 예고한 만큼 우리나라는 그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내년도 세계경제 0.8% 위축…韓 성장률 1%P 낮아질 듯
트럼프 2기 집권으로 우리나라 경제는 위축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내년 중반까지 세계 무역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했을 때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내년 0.8%포인트, 내후년 1.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최근 미국 대선의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10%의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낮아지고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리스크로 수출 등이 타격을 받으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우리 경제는 트럼프 리스크 외에도 민간소비, 건설투자 부문의 내수 부진 장기화와 수출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 등 하방 요인들이 산재한 상황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성장률은 트럼프의 정책 강도와 세계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지겠다"면서도 "하방리스크가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성장률이 2%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타격을 막기 위해 수출국과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특정국(미국·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과다해 대외적인 여건에 취약하고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의 편중성도 너무 크다"며 "아세안이나 유럽, 인도 등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 교수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강화하더라도 한국에 유리하게 정책을 펴도록 협상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협상을 잘하기 위해선 우리나라가 기술력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한편,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가계부채 등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 여력이 많지 않아 소비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고 작게라도 소비 진작을 위한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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