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경·공매 피하면서 PF 부실채권 '단순 이연' 의혹
출자액보다 매각액이 더 많은 경우도 확인
김상훈 의원 "PF 정상화 대책 방해 지적 부인하기 어려워"
제2금융권이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채권을 스스로 해소하겠다며 공동출자한 펀드(NPL 펀드)에 자사 부실사업장을 매각하는 이른바 ‘파킹 의혹 거래’ 비중이 최대 8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금융권이 경·공매를 피하면서 PF 부실채권을 단순 이연하려고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에게 제출한 ‘부실PF NPL펀드 매각 현황’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공동 조성한 NPL 펀드에 평균 73%(1차 71.5%, 2차 75.2%), 캐피탈은 평균 88%(1차 87.1%, 2차 88.9%) 수준으로 투자한 만큼 부실PF 대출채권을 되판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저축은행중앙회와 10개 저축은행이 330억 규모로 1차 펀드를 조성해 236억을 매각했고 올해 5~6월 조성된 2차 펀드에는 34개 저축은행이 5112억을 출자해 3848억을 매각했다. 캐피탈은 지난해 9월 9개사가 1차 펀드에 1500억을 투자하고 1307억을 매각했고, 올해 5월 조성된 2차 펀드에는 7개사가 2510억을 출자하고 2231억을 매각했다.
세부적으로 투자액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부실채권을 매각한 저축은행은 44곳 중 29곳이었고 투자액보다 큰 규모로 매각한 저축은행은 3곳으로 집계됐다. D저축은행의 경우 출자액(30억)을 훨씬 초과하는 NPL 54억원 어치를 매각했다. 캐피탈사는 16곳 중 14곳으로, 이중 2개사는 출자액과 매각액 비율이 100%였고 다른 한 곳의 비율은 104.5%인 것으로 조사됐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업권 모두 동일하게 1차 펀드 대비 2차 펀드 수요는 크게 늘었다. 참여 저축은행은 10개에서 34개로 3배 이상 늘었고, 투자액은 330억에서 5112억으로 15배 폭증했다. 출자액·매각액 일치율 역시 1차(71.5%) 대비 3.7%포인트(P) 증가했다. 캐피탈의 경우, 1차 펀드 대비 2차 펀드 참여사가 9개에서 7개로 줄었지만, 그에 반해 투자액은 1500억에서 2510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출자액·매각액 일치율도 1차 펀드보다 1.8%포인트 늘어난 88.9%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2차 NPL펀드 규모가 크게 늘어난 배경으로 ▲파킹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점 ▲헐값 매각(경ㆍ공매) 손실 최소화 ▲연체율 및 충당금 부담 완화 ▲금융당국의 부실사업장 정리 압박 면피 ▲부동산시장 회복 후 재매입해 수익 기대를 비롯한 유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2금융권은 3차 공동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금융감독원 제동으로 공동펀드 추가 조성을 중단한 상태이다.
김 의원은 "파킹거래 의혹만으로 금융사에게 부정적 의도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부실채권이 정리되지 않고 단순 이연돼 금융당국의 부실사업장 재구조화 및 땅값 조정을 통한 PF정상화대책을 방해한다는 지적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12월부터 사업성 평가가 상시평가로 전환돼 경·공매가 더 활성화되는 동시에 펀드 공동조성은 막힌 상황인 만큼, 개별사의 짬짜미 파킹이 더욱 성행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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