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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996 넘어 007"…'주52시간' 묶인 韓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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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996' 넘어 '007', '896' 근무제 시행
韓, '주52시간제'에 갇혀

"적당히 '워라밸' 따지는 애들 가지고는 절대 이길 수 없다. 독하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일을 해낼 수 있는 애들은 반드시 10~20%가 있다. 대신 연봉을 3배씩 주든 보상은 획기적으로 해야 한다. 어중간하게 해서는 다 전멸이다."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이자 30여년간 업계에 몸담은 이 전문가의 진단은 국내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담고 있다. 글로벌 첨단기술 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간 규제, 즉 '주52시간제'는 산업의 발전을 직접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996(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문화를 오랜 관행으로 여기고 있는 중국에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따라잡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한 직장인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한 직장인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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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테크 업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일명 '996' 문화를 넘어 '007(24시간, 주 7일)' 근무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CATL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896' 근무제를 시행했다는 소식도 최근 들려온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 CATL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에는 "최근 신에너지 승용차 시장 보급률이 처음으로 50%를 넘겼지만, 시장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경쟁도 치열해졌다"며 "조직이 부여한 임무를 더 잘 완수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첨부돼있다.


물론 중국에도 법정 근로시간은 있다. 하지만 근로자가 원하면 얼마든지 노사 합의로 연장하거나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돼 있다. 기술 발전에 사활을 건 중국 정부가 초과 근무를 용인한 결과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996'은 축복"이라 공개 발언하고,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 경영진이 "주말에 쉬길 기대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중국 근로자의 주간 평균 근로시간이 계속 늘어나 지난해에는 49시간으로 최근 20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인적 자원을 24시간 365일 투입해 혁신의 속도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중국의 전략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디스플레이 시장에선 이미 한국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으며, 반도체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 역시 더 일하고 더 높은 보상을 원하는 첨단산업 인력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52시간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현행에서 벗어나 연구개발(R&D) 인력 등 고소득 전문직에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는 '한국형 화이트칼라 에그젬션'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R&D에 주력하기 위해선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근로 환경 조성이 시급한데, 현재는 주52시간제에 막혀 일이 있어도 억지로 퇴근해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며 "다양한 형태의 근로를 존중하지 않은 현 제도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어 이제라도 빨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서도 근로 유연성을 강화하는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위관리직과 전문직 등에 해당하면서 주 684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 근로자를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면제'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8월 엔비디아 직원들이 새벽 1∼2시까지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 7일 근무할 때도 주기적으로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역시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2018년 시행해 신상품 연구개발과 애널리스트, 경영 컨설턴트 등 생산직이 아닌 근로자 중 연 소득 1075만엔 이상인 고소득자는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독일 역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통해 주나 월 단위 근로시간을 노사가 합의해 정하고, 근로시간 규제보다 더 많이 일한 경우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이를 추후 수당으로 받거나 휴가로 쓸 수 있도록 유연화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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