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미착공 사업장 구조조정 모드
대전 도안 오피스텔·전주 대한방직 부지 개발 등
손실 감수하고 시공권 포기
브리지론 만기연장 실패
돈 빌려준 대주단 금융회사는 부실 확산
롯데건설이 최근 전주 대한방직 공장 부지 개발 사업에 이어 대전 도안지구 오피스텔 개발 사업에 대한 시공권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 사업에 브리지론(사업 인허가 전 토지매입 자금 대출)을 해 준 금융회사는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대출이 기한이익상실(EOD: 부도사건) 상황에 처했다. 대주단 협의를 통해 사업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롯데건설이 박현철 부회장(대표이사)을 주축으로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금융회사들이 초긴장 모드다. 최근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에 이어 롯데쇼핑 등 그룹 전반적으로 실적과 신용도 악화가 심화하면서 PF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전 도안 35블록 오피스텔 개발사업 포기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대전 도안지구 특별계획구역 내 35BL 사업장에 대한 시공권을 포기했다. 롯데건설이 시행사인 도안미래홀딩스와 함께 지하 4층 ~ 지상 47층의 오피스텔 1041실과 생활시설을 개발해 분양하려던 사업이다. 해당 공사 수주 관련 도급액은 약 2800억원 규모다.
롯데건설은 도안 35BL 사업장의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300억~400억원 규모의 후순위 대출에 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도안미래홀딩스는 2021년 약 1000억원의 대출(브리지론)을 받아 토지 매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지방 개발 사업 불황으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기존 브리지론의 만기를 계속 연장해 왔다. 최근 대출 만기가 다시 도래해 과거처럼 재대출(리파이낸싱)을 추진하다가 롯데건설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시행사에 토지 매입자금을 빌려준 신한캐피탈 등의 금융회사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롯데건설이 300억~400억원 규모의 후순위 대출을 포기하면서까지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해당 브리지론 전체가 EOD 상황에 처했다. 롯데건설의 지원 없이 금융 대주단끼리 추가 자금을 투입해 브리지론 만기를 연장하거나, 담보로 잡은 토지를 공매로 넘겨야 한다. 대출을 연장하자니 부실 사업장에 추가 대출을 해 줘야 하고, 공매로 넘기더라도 개발 사업 불황에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PF업계 관계자는 "만기 도래한 브리지론 연장을 협의하다가 롯데건설이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며 후순위 대출 회수를 포기하면서 대출이 연체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주단이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롯데건설이 참여하지 않는 사업장에 어떤 금융회사가 추가 자금을 투입하겠느냐"면서 "사업이 파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금융회사들, 롯데 미착공 사업장 브리지론 연쇄 부실 우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전주 대한방직 부지 개발 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브리지론을 빌려준 금융 대주단이 본 PF 전환을 포기하고 자금 회수에 들어가면서 사업이 멈추어 설 위기에 처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1000억원의 자금보충 약정(보증 채무)을 이행하면서까지 개발 사업을 중단했다. 롯데건설은 보증 계약대로 사업 시행사인 ‘자광’에 돈을 빌려준 IBK투자증권 등에 1000억원의 채무를 상환했다. 본 PF로 전환해 사업을 정상대로 추진하기보다 사업장 정리를 택한 셈이다. 롯데건설은 보증채무 부담 1000억원에 대해 담보권 등을 행사해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연이어 개발 사업 정리에 나서면서 롯데의 미착공 사업장에 브리지론을 대출해 준 금융회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출 EOD가 늘면서 PF 부실 대출과 관련 충당금 부담이 늘고 향후 대출 회수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계열사 지원으로 4대 금융지주 등에서 빌린 2조3000억원과 메리츠증권에서 받은 한도 5000억원 등 총 2조8000억원으로 미착공 개발 사업의 브리지론 만기를 연장하고 있지만, 일부 사업성이 낮은 지방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회사들은 롯데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출 부실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등 그룹 재무여력 악화도 PF 구조조정 촉발
롯데케미칼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재무여력 약화도 PF 사업장 구조조정을 촉발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롯데건설의 모회사이자 든든한 지원군이던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사업 부진에 따른 누적 적자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던 롯데쇼핑도 유통 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그룹 계열사 전체가 신용도가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케미칼(AA), 롯데지주(AA-), 롯데물산(AA-), 롯데캐피탈(AA-), 롯데렌탈(AA-) 등의 신용등급 전망이 올해 상반기에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실적악화 추세가 올해까지 지속되면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줄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룹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계열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롯데건설이 사업성이 낮은 PF까지 모두 안고 가거나 계열사의 추가적인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면서 "자칫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어 PF 사업에 대한 정리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PF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개발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 공감한다"면서도 "정상 PF 시업장에도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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