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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대박과 쪽박 사이에 선 '체코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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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대박과 쪽박 사이에 선 '체코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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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수주는 대박인가. 우리나라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 7월 이후 정부와 야당이 맞붙은 논제다.


정부 발표만 보면 대박이다. 내년 3월 우리나라의 최종 수주가 결정되면 1000메가와트(MW)급 대형 원전(APR1000)의 설계, 구매, 건설, 시운전, 핵연료 공급 등 사업 전체를 담당하게 된다. 추정 사업비만 24조원 정도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해외 대형 원전을 수주하게 되는 것이다. 체코 정부는 차후 원전 2기를 더 건설할 예정인데, 이마저 우리가 수주하면 사업비 규모는 약 48조원으로 커진다.

야당 평가는 쪽박이다. 수주액은 큰데, 실속은 없다는 것이다. 야당은 이번 원전 사업비 24조원 중 체코가 조달하겠다고 한 9조원(두코바니 5호기)을 제외한 나머지 15조원을 한국 금융기관이 저리에 장기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지난달 14일 한국수력원자력 등 대상 국정감사·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고 주장한다. 이 사업의 현지 기업 활용 비율은 60%에 달하고, 미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 명목으로 최소 수익의 10%를 줘야 한다는 점도 고려하면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고 평가한다.


실제 이 사업이 대박일지 쪽박일지는 알기 어렵다. 사업비만 드러났지 아직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다. 계약이 이뤄진다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통상 이런 계약에는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기밀 유지 조항이 들어간다. 내년 3월 최종 수주에 성공해도 계약 조건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사업이 대박이면 문제가 된다. 체코 정부가 사업을 물리려 할 것이다. 물리지 못한다면 사업비를 줄이거나 현지 기업 비중을 늘릴 것이다. 이를 모르고 계약한다면 체코 쪽 정치인들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수주 경쟁국들도 덤벼들 것이다.

쪽박이어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 건설 업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수년간 이어진 건설 경기 침체에 업계는 적자 수주를 감내할 체력이 없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은 과거 중동에서 저가 플랜트를 대거 수주하면서 존폐의 갈림길에 선 경험이 있다. 뜨끔한 과거의 행적에서 아직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쪽박’ 수주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이 사업의 수익성은 대박과 쪽박 사이의 어딘가에 맞춰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수익성을 대박과 쪽박 양극단에서 살피니, 논쟁이 끝나지 않는다. 대통령 체코 방문 등의 성과를 홍보해야 하는 정부와 이를 비판할 야당이 맞붙으니, 양극단에 설 수밖에 없다.


답 없는 정쟁에 겁을 먹은 것은 기업들이다. 건설업계에는 해외 사업 수주 포비아가 번지고 있다. 해외 수주를 잘하면 "우리도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겨우 수주에 성공했는데, 경영진이 국회에 불려 다닌다면 어떻겠는가.


정부는 기업의 수주를 도와야 하고, 야당은 국정 운영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근거 없이 비난만 난무한 싸움은 그쳐야 한다. 체코에서만 원전을 짓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원전의 약 63%가 사용 수명인 30년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발전용량 5위 국가, 원전 수출 역량 보유 6대국으로, 원자력을 평화롭게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국 중 하나로 꼽힌다. 기업들은 이미 제2, 혹은 제3의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뛰고 있다. 누구와 싸워야 하는가, 다시 살펴야 할 시점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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