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언에 TSMC 주가 출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 시 대만산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반도체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발언 이후 TSMC는 주가가 급락하는 등 불확실성에 직면했고 재선될 경우 TSMC에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중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대만은 유럽과 협력을 강화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월가 증시에서 TSMC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주가는 4.3% 급락했다. 트럼프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 그런데도 보호받기를 기대한다"며 재차 대만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차례나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고 언급했고 그때마다 TSMC 주가는 크게 타격 받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AFP]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의 대만 관련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을 상대로 대만을 방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만은 우리에게 방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보험 회사와 다를 바 없다"고도 했다. 대만이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내듯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발언 당일 TSMC의 ADR 주가는 8% 급락했고, 한 주 동안 10% 하락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반도체 거래(칩스법을 의미)는 최악"이라며 "우리는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대만의 부유한 기업들이 돈을 빌려 미국에 반도체 회사를 설립했다"고 했다.
일본 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TSMC에 불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부과가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 얼마나 큰 비용을 초래할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관세가 부과되면 수많은 종류의 반도체와 그 반도체를 사용하는 수천개 제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각국 정부가 이를 처리하려면 복잡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TSMC에 의존하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규모 데이터 센터 운영 기업들도 이 같은 관세 부과 조치로 크게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첨단 반도체의 90% 이상이 TSMC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미국 CNBC는 대만의 지정학적 문제와 중국의 잠재적인 침공 위협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자국 내에 TSMC를 대체할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우리는 미국에 첨단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어하지만, 누가 이를 구축하느냐는 정책적 측면에서 중요하지 않다"며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을 훔쳤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터무니없다"고 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2025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만이 미국 시장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레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중국의 보복을 불러올 것"이라며 "과거 마이크론이 직면했던 상황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반도체 무역이 완전히 원활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수출 규제로 이미 엔비디아와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내 실적에 타격을 받고 있다. 규제 시행 이전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25%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1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지난달 18일 체코 브루노 '첨단 반도체 설계 연구센터'에서 대만 국가실험연구원과 씨에파 테크놀로지, 전셩반도체, 딩지테크놀로지, 광지테크놀로지 관계자들이 체코 과학혁신부 차관 야나 하블리코바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국가실험연구원]
원본보기 아이콘이러한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대만은 리스크를 분산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만 국가과학위원회 산하 국가실험연구원은 지난달 18일 체코 브르노에서 '첨단 반도체 설계 연구센터(Advanced Chip Design Research Center·ACDRC)' 개소식을 열었다. 이를 통해 대만과 체코는 반도체 설계 및 제조 분야에서 더욱 심도 있는 협력을 추진한다. 앞서 올해 6월 대만에서 계약 체결과 출범식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네트워크 보안 IC, IC 설계 후공정 자동화 도구, AI 칩, 최첨단 수직 통합 실리콘 카바이드(SiC)의 품질 관리·테스트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전날 'AI와 자동차 산업의 반도체 혁신'을 주제로 열린 '브르노 반도체 임팩트 포럼(Semi Impact Forum Brno)'에는 세계 반도체 분야 주요 리더들이 참석했다. 각국 학자, 업계 전문가, 정책 결정자, 체코와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와 스타트업들은 AI와 자동차 기술의 최신 동향을 공유했다. 특히 이들은 유럽 반도체 생태계의 빠른 성장과 최근 TSMC가 체코와 인접한 독일 드레스덴에 건설 중인 새로운 생산 시설이 미칠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개소식에 참석한 린자룽 대만 외교부 장관은 "대만은 반도체 제조와 설계 강국으로, 국가실험연구원과 TSMC 같은 글로벌 선도 반도체 연구 기관과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차이홍잉 국가실험연구원 원장은 "유럽에서 대만 반도체 산업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리우종용 기자·차오송칭 기자/번역=아시아경제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1명은 생미끼, 2명이 사격"…북한군이 그린 '드론...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