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훈련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는 전제로 만든 연합작전계획(작계·OPLAN)을 내년 훈련부터 반영하기로 했다. 연합연습은 작전계획을 토대로 진행되는데 지금까지 작전계획에 북한 핵 사용 상황이 반영되지 않아 북한 핵 사용 상황을 가정한 연합연습을 할 수 없었다.
30일(현지시각) 미 국방부(워싱턴D.C.)에서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차 만난 김용현 국방부장관(사진 왼쪽)과 오스틴 미 국방부장관(사진 오른쪽) (사진제공=국방부)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 두 장관은 공동성명에서 "향후 연합연습에는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미 작전계획 5000번대로 시작
작전계획은 작계라 부른다. 작계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세운 작전으로 숫자 5000번대로 시작한다. 한미는 그동안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계 5029’, 전면전에 대비한 ‘작계 5027’, 국지도발에 대응한 평시작계를 통합해 ‘작계 5015’를 지난 2015년에 만들었다. 작계 5015는 일명 ‘김정은 참수작전’으로 북한과의 전면전 때 선제 타격과 지휘부 제거를 위한 부대배치 등을 담은 최신 작전계획으로 한미연합군의 2급 비밀에 해당한다.
한미는 작계 5015를 적용한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작성한 지 10년이 넘은 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물론 한미 연합군의 전력 변화 등을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평양의 영변 핵시설과 주요 지휘부 시설, 북한 전역에 있는 주요 미사일 기지를 타격만 해왔다. 또 미군의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 최첨단 전략자산(전략무기)이 한반도까지 도착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연습에 집중했다.
북, 국방 내부망 해킹해 작계 유출
문제가 발생한 건 2016년이다. 당시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국방 내부망 해킹사건으로 유출됐던 작전계획 5015가 유출되기도 했다. 군은 기술ㆍ제도적 보완을 하겠다며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등 16명으로 구성된 후속조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해킹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34개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유출된 작계로 인해 사실상 새로운 작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미 당국간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무기 발사 수단이 다양화함에 따라 작계를 바꿀 필요성이 제기됐다. 새로운 작계에는 북한의 소형 전술핵무기 위협도 반영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동해에 인접한 주일미군기지를 겨냥해 단거리 무기를 ‘전술핵’ 투발수단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신 작계수립 합의… 올해 완성
한미는 2021년 양국 국방장관 간 안보협의회의(SCM)를 계기로 신 연합작계 수립에 합의했다. 작계 수정은 일종의 포괄적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전략기획지침(SPG) 승인을 시작으로 전략기획지시(SPD) 합의, 작계 작성 순서로 진행되며 2022년 3월 말 SPD 합의까지 마무리돼 본격적 작성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새 작계는 올해 연합연습을 통해 다듬어졌다. 선 북한 지도부 제거를 포함한 한미 핵·재래식 통합작전(CNI) 등이 구체적으로 점검됐다. 또 북한의 전략·전술핵 저장시설, 핵탄두 미사일 등 최우선 타격 표적 목록을 수시로 최신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작계는 1급 기밀인 만큼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지만, 북한의 새 작계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우리 작계에 반영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줬다. 내년부터는 한미연합연습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에서 진행하는 을지연습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새로운 작계에는 합동요격지점(JDPI)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2016년 ‘생물학무기 진원지’를 포함한 JDPI 700여개를 선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북한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기차 위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발사수단이 다양화 됐다. 한미는 북한의 철도길이가 5000km가 넘지만 대부분의 노선이 단선이고 시설이 노후화된 만큼 특정지역만 요격지점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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