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재고 부족"…방공망 위협
대중 억제용 대비태세 차질 우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이 장기화되면서 중동에 파견된 미군의 대공방어용 미사일 재고도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이란의 대규모 이스라엘 본토 미사일 공습 당시 일부 방공망이 뚫렸던 이유도 미사일 재고 부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향후 대만해협 일대 중국의 군사도발을 막을 미군의 준비태세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대중억제력 약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후티반군 드론 막다가 100발 이상 소모…작전 차질 우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함대공 미사일인 스탠다드 미사일을 비롯해 미군의 대공미사일 부족 심화로 중동 내 작전 차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이어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란, 예멘 후티반군과 상호 미사일 공습을 주고 받으면서 막대한 양의 미사일이 소모돼 현재는 전투 준비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재고가 부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이 시작된 이후 홍해에서 후티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요격하는데 100발 이상의 스탠다드 미사일이 소모됐다"며 "소모되는 미사일의 양이 생산되는 양을 크게 뛰어넘으면서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으며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10월 초 이란이 이스라엘에 약 180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했을 때, 미국과 이스라엘군은 요격 미사일 재고를 보존하기 위해 핵심시설을 타격하지 않고 비껴가는 미사일들은 요격하지 않고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일부 군사 및 민간시설이 피격됐던 이유도 미사일 재고 부족에 있었다는 것이다.
미사일 부족이 이스라엘의 방공망까지 위협하는 상황이지만, 생산을 급격히 늘리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초당파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엘리아스 유시프 부국장은 "유럽과 중동에서 장기간 대규모 소모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미국의 방위계획에 포함된 적 없다"며 "미국 정부는 현재 상황을 상정해 방위산업을 육성하지 않았고, 자체 준비 기준에 충족하지도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대만해협·태평양서 中 막아야할 미사일 부족"
이러한 미사일 부족은 결국 미국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태평양지역의 준비태세 강화를 계속 지연시키면서 대중억제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마크 몽고메리 선임 이사는 "우리는 두 개의 전쟁에 스탠다드 미사일 1년치를 소모하고 있으며 원래 이 미사일들은 중국에 대한 견제에 사용돼야 할 미사일"이라며 "생각하지 못한 유럽과 중동의 장기전으로 태평양에서의 해군 준비 상태가 중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사일 부족 문제는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대량 구매 중인 대만의 국방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달 25일 미국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19억8800만달러(약 2조7600억원) 규모 무기를 대만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첨단 지대공미사일 나삼스(NASAMS) 3기와 관련 설비가 포함됐다.
문제는 이미 재고가 부족한데다 다른 동맹국들의 선주문이 많은 나삼스 미사일이 실제 인도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점이다. WSJ에 따르면 나삼스 미사일은 노르웨이 방산업체인 콩스버그와 미국의 레이시온사가 합작 개발한 미사일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주문이 개전 이전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미사일 및 관련 시스템 1기 완성에 2년이 소요되는데 이미 주문이 밀려 4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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