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美대통령, 누가 돼도 中 견제 불가피
中 언론 '키신저를 찾아서' 기획 보도
대통령에 의견 내며 양국 신뢰 받는 美인사 물색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 20세기 '외교 거목'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 역할을 할 인물을 찾고 있다. 대선에서 맞대결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모두 중국을 견제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만큼 미·중 관계를 유연하게 만들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국 펑파이(澎湃)신문은 최근 '키신저를 찾아서' 제목의 8부작 기획 기사를 통해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끔 도울 수 있는 미국 정치인, 학자, 재계 인물 등을 선정해 보도했다.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최고경영자(CEO), 존 케리 미 기후 특사, 수잔 손튼 전 미 외교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언급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펑파이신문의 기획보도와 관련해 "중국이 '새로운 키신저'를 찾고 있다"며 "중국에 우호적이면서 차기 미국 대통령과 관계가 있고, 중국에 대한 미국 양 정당의 적대감을 깨줄 사람"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20세기 강대국 간 긴장 완화를 통해 '냉전의 열전화'를 막았던 미국 외교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중국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고 소련과는 데탕트를 조성하며 국제 질서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강대국 중심 외교로 약소국의 비극에 눈을 감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10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미 대선을 앞둔 현시점에 중국이 키신저 전 장관을 꺼내 든 것은 미 정치 상황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대중 관세를 포함한 전면적인 무역 전쟁이 다시 타오를 가능성이 높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정권을 사수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중국을 향한 견제는 여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에서 대통령이 아닌 인물 중 키신저만큼 미·중 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할 만한 인물을 찾는 게 시급해졌다.
펑파이가 언급한 인물 외에도 중국 내에서는 미국 정·재계 다양한 인사들을 살펴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중국의 외교 정책 사상가인 왕 휘야오는 빌 클린턴 전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를 역임한 정치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를 언급했다. 앨리슨 교수는 미·중 전략 경쟁을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내포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개념으로 설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도 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사업을 발판 삼아 미·중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에 직접 나올 정도로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하는 데다 공식 석상에서 종종 중국에 우호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주펑 난징대 국제학 교수는 "단순히 제2의 키신저를 찾는 게 아니라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모색하고자 하는 중국의 노력이자 열정"이라고 강조했다. 다 웨이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장은 "양국 수장이 서로를 믿을 수 없을 때 양측이 신뢰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것"이라며 단 한 명이 대체할 순 없더라도 소규모로 키신저를 대체할 여러 인물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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