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택 2024]
의회 책정 예산 미집행은 불법
공화당 지역구가 4배 혜택…기업도 긍정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28일(현지시간)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경기 부양책이자 기후변화 대응책인 IRA를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신종 녹색 사기)이라고 부르며 당선되면 이를 폐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나아가 아직 집행하지 않은 IRA 예산을 전액 환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청정에너지 투자 장려를 위해 전기차 세액 공제 등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청정에너지 세액 공제 시행은 재무부 소관이다. 때문에 행정부에서 규정을 변경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장기간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망했다. 판결과 무관하게 규정을 변경하려는 시도 자체는 추가 예산 집행을 늦추고, 세액 공제 관련 사업 계획을 세우려는 기업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
IRA 미집행 예산 환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에 책정된 자금의 약 80%에 해당하는 925억달러가 이미 할당됐다. 이를 환수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자금의 경우에도 행정부가 특정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의회에서 책정한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지출유예통제법(ICA)에 따라 금지된다. 과거에도 ICA에 부닥친 적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즉시 ICA에 법적 문제를 제기하고, 필요하다면 의회가 ICA를 폐지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 내부와 기업 반응도 IRA 폐지에 호의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악시오스는 기업들이 이미 IRA에 적응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를 폐지하려 하면 첫 임기 때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법)을 폐지하려 했을 때와 같은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은 IRA 표결 당시엔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현재 IRA에 대한 여론이 누그러졌다는 평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을 둔 지역구에 투입된 IRA 자금은 1610억달러로 민주당 지역구에 투입된 420억달러의 약 4배에 달한다.
지난 8월 공화당 하원의원 18명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IRA 에너지 세액 공제를 유지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옥시덴탈 등 석유 대기업들도 저탄소 에너지 사업에 투자해 IRA에 호의적이다. GM의 최고재무책임자가 이달 초 IRA를 통해 8억달러 상당의 이득을 볼 것이라 밝히는 등 자동차 업계도 IRA 유지를 바란다.
닐 브래들리 미국상공회의소 최고정책책임자는 "IRA 전체를 완전히 폐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IRA의 규정을 개별적으로 살펴보고, 도끼가 아닌 메스로 접근하려는 데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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