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출신 2명 범행 가담
길이 16m 땅굴 팠다 경찰에 걸려
충남 천안의 도심 한복판에서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까지 땅굴을 파고 들어가 석유를 훔치려 한 일당 3명이 최대 징역 4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24일 대전지법 형사12부는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석유공사 출신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4년 6개월과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이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또 재판부는 범행 자금 1억6000만원을 댄 C씨에게도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 2월 8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 있는 2층짜리 창고를 빌린 뒤 6월 20일까지 4개월 동안 삽과 곡괭이로 건물 지하 4m 아래로 내려가 가로 75㎝, 세로 90㎝, 길이 16.8m가량의 땅굴을 파서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려다 경찰 단속으로 미수에 그쳤다. 이들은 주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임차한 창고에는 허위 물류센터 간판을 내걸고, 건물 내부에 땅굴로 이어지는 곳을 냉동 저장실로 위장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A씨와 B씨는 한국석유공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이다. 이들은 과거 근무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땅굴을 팔 장소를 고르고, 송유관에 부착하는 필수 설비들을 직접 구매하는 등 범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A씨는 동종 범죄로 처벌받고 누범 기간에 범행을 저질렀고, C씨도 같은 죄로 세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이들이 땅굴을 판 곳은 도심 한복판으로 도심을 가로지르는 4차선 도로 바로 아래에 있어 지반 침하와 붕괴로 인한 대형 인명 피해를 일으킬 위험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석유 절취 행위는 사회적·경제적 가치가 높은 특별재산에 대한 범행일뿐 아니라 송유관 파손에 따른 국가 경제적 손실과 폭발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큰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형 이유에 대해 "자금 부족으로 미수에 그쳤지만, 상당 기간 계획하고 조직적으로 범행해 엄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석유 관련 전문 지식이 있는 기술자를 동원해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려는 범행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9월 대전지법 형사12부는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대한송유관공사 전 직원 D씨(65)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E씨(58) 등 자금책과 작업자 3명에게는 각각 징역 2년·2년 6개월·3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같은 해 1월 충북 청주의 한 숙박시설을 통째로 빌린 뒤 지하실 벽면을 뚫고 삽과 곡괭이 등으로 땅굴을 파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D씨 등은 숙박시설 주인에게 "모텔 사업을 하겠다"며 속인 뒤 월세 45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D씨는 지난해 5월부터 석유 관련 일을 하다 알게 된 지인들을 대상으로 ℓ당 400~500원의 수익금을 주겠다며 공범을 모았다. 그렇게 모인 이들은 자금책, 석유 절취 시설 설치 기술자, 굴착 작업자 등으로 역할을 나눠 먼저 범행 장소를 물색했다. 그다음 송유관 매설지점을 탐측하고 땅굴 설계 도면을 작성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특히 동종 전과가 여러 차례 있는 D씨는 대한송유관공사 기술자로 재직하며 알게 된 지식을 토대로 출소 한 달 만에 또다시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충북 옥천에 있는 주유소를 빌린 뒤 한 차례 굴착을 시도했으나 땅굴에 물이 많이 차 포기했으며, 이어 청주 숙박시설을 2차 범행 거점으로 삼았다. D씨 등은 50여일 동안 이곳에서 숙식하며 10m에 이르는 땅굴을 파 송유관 30㎝ 앞 지점까지 도달했지만, 기름을 훔치기 직전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이 접근한 송유관 위치는 하루 평균 6만6000대의 차량이 오가는 4차로 국도 옆 지하로, 지반 침하로 붕괴할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사회적 해악이 크고 다수의 공범이 역할을 분담해 계획·조직적으로 이뤄진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나,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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