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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려아연의 '진짜 가격'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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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박스권서 '황제주' 등극
PBR 등 양호…'거품' 아닐수도

[기자수첩]고려아연의 '진짜 가격'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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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40만~50만원대 박스권, 경영권 분쟁 이후 공개매수가 80만원대, 그리고 이제는 유가증권시장의 단 둘뿐인 '황제주'. 이 주가의 주인공은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떠들썩한 고려아연 이다. 대부분 투자자가 환호하는 축제 속에서 의문이 들었다. 고려아연의 '진짜 가격'은 과연 얼마일까. 현재의 가격은 '거품'일까.


이번 고려아연 랠리에서 개인 투자자가 유독 열광한 이유는 소액주주도 웃을 수 있었던 매우 특수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아닌 다른 기업의 일반적인 경영권 거래는 소액주주, 국민연금 등 일반주주가 전혀 이득을 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표시된 숫자는 '가짜 가격'이며 이면에는 '진짜 가격'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경영권을 쥔 대주주 지분만 장외거래를 통해 비싸게 거래하고, 나머지 일반주주들은 아무런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하는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이 만연한 나라다.

올해만 봐도 최대 주주 지분을 주식시장 가격 5배의 웃돈을 주고 인수합병(M&A)을 한 사례도 있다. 그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몫은 없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통해 새로운 지배주주가 되는 인수인은 소액주주에게도 동일한 가격에 지분을 팔 기회를 준다. 우리나라엔 이런 제도가 1997년 증권거래법상 도입됐다가 이듬해 폐지됐다. 수년 전부터 재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


한국 시장에서는 대주주가 자기 지분을 주식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주가 관리에 힘쓸 필요가 없다. 고려아연도 마찬가지였다. 경영권 위협이 발생하자 그제야 3조원에 육박하는 자사주 대량 매입을 하겠다고 나섰다. 주가가 50만원대일 때는 꿈쩍도 안 하다 80만원대에 제발 팔아달라며 호소한다. 수년간 박스권을 그리던 주가가 사실은 '진짜 가격'이 아니었음을 시인한 꼴이다.


생각지도 않은 경영권 이슈를 계기로 고려아연은 지금 '진짜 가격'을 찾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려아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52배, 주가수익비율(PER)이 43.54배(24일 기준)다. 조금 과열됐을지언정 '거품'은 아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5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3개 선진국 전체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2배였고, 신흥국은 1.7배였다. 코스피 200은 1배였다.

고려아연 주가가 비싸다는 느낌은 PBR 1배 미만 기업이 발에 챌 정도로 많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경영권 분쟁이 없더라도 '진짜 가격'을 찾아가는 기업이 많아졌으면 한다. 의무공개매수제도와 이사의 충실의무 등이 하루빨리 도입된다면 그날을 조금이나마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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