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넘겨져
‘탄원서’ 문건에 예시문구도 제시
비서관 "강제 작성 지시한 적 없다"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최근 검찰에 기소된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 비서관이 지역구 시의원들에게 조 의원의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써 달라고 부탁한 뒤 일부 시의원이 "사실상 압력"을 느꼈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조 의원실에서 지역사무국장으로 일하는 5급 비서관 이모씨는 최근 '탄원서'라는 문건을 지역구 의원들에게 돌렸다. 조 의원이 검찰로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법원에 제출할 탄원서를 부탁한 것이다. 조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 1일과 3일, 4일 세 차례에 걸쳐 경산시청과 농업기술센터, 수도사업소 등을 찾아 개별 사무실을 돌며 공무원들에게 인사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문건에는 “이번 일로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국가적 차원에서도 크나큰 손실”, “의원님은 대체할 수 없는 인물”, “평소 의원님을 가까이서 지켜보아서 국회의원으로서의 인품과 실력, 지역사회와 국가를 향한 열정을 잘 알고 있다” 등 탄원인이 탄원서에 기재할 예시 문구가 10개 이상 들어 있다. 또 “탄원인의 진솔함이 전달될 수 있도록 자필로 기재할 것”, “동일한 내용보다는 탄원인의 언어로 자유롭게 작성해줄 것”, “구체적인 에피소드” 등 작성 요령도 담겨있다. 법원을 의식하듯 “호별방문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은 기재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내용도 있다.
탄원서는 일반적으로 피의자의 선처를 바라거나 엄벌에 처할 것을 바랄 때 법원에 제출한다. 공식적인 법적 효력은 없다. 시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관련 사건에 대해 탄원서를 제출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씨로부터 관련 탄원서 작성을 요구받은 시의원 일부가 이를 압력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시의원 1명당 주변인을 포함해 10장의 탄원서를 쓰라고 요구해 더 큰 부담을 느꼈다는 말도 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산시의원은 “탄원서 예시 문구까지 써주며 10장을 만들어오라는 것은 사실상 압력”이라며 “당장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을 위한 탄원서를 써서 제출하라는데 안 쓸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비서관은 “제 생각에 탄원서가 필요해서 시의원들에게 부탁한 것이지 강제로 쓰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님에게 보고드린 적은 없고, 재판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 해봤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조 의원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브레이크 밟으면 무조건 선다"…국과수가 밝힌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