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베이지북 공개
노랜딩보다 연착륙 가까워
"금리 동결 우려 완화"
지난달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경제활동 성장세가 거의 감지되지 않았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진단이 나왔다. 예상보다 견조한 고용·소비로 일각에서 '금리 동결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지만 베이지북이 미 경제가 노랜딩(무착륙)이 아닌, 연착륙 궤도를 시사하면서 Fed가 금리 인하를 지속해야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ed는 23일(현지시간)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통해 12개 관할 지역 가운데 10개 지역에서 9월 한 달간 경제활동에 거의 변동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2개 지역에서는 다소 완만한(modest) 성장세가 확인됐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제조업 활동이 오히려 감소했다. 고용의 경우 전반적으로 소폭(slightly)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Fed는 절반이 넘는 지역에서 고용이 소폭 또는 다소 완만한 증가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완화 흐름을 이어갔고, 소비지출과 관련한 내용은 지역별로 엇갈렸다. Fed는 일부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저렴한 대체품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공개된 베이지북을 두고 월가에서는 미 경제가 긴축통화 사이클에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노랜딩이 아닌, 연착륙 경로에 놓였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강력한 고용과 소비지표로 노랜딩 및 금리 동결 전망이 제기됐으나, 베이지북의 평가는 미 경제는 서서히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연착륙은 급격한 경기침체나 실업률 상승 없이 경제가 완만하게 하강하는 시나리오를 가리킨다.
앞서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은 전월보다 25만4000건 늘어나 6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여기에 9월 소매 판매도 전월보다 0.4% 늘어나 예상치(0.3%)를 웃돌았다.
네이션와이드의 캐시 보스트얀치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9월의 강한 고용 및 소비 지표와 대조적으로, 베이지북의 진단은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거의 경제성장이 나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Fed가 통화정책 완화를 이어가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엘리자 윙거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역시 "베이지북이 다시 한번 부드러운 그림(연착륙)을 제시했다"며 "최근 완만한 성장세 평가는 Fed가 금리 인하를 중단해야 할 수 있다는 시장 우려를 완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11월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90% 이상 반영하고 있다. 동결 전망은 9.6%다.
이와 함께 베이지북에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경제 불확실성의 원천이며 소비, 기업 투자 등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는 내용도 15번가량 언급됐다. Fed는 "기업담당자들이 경제 전망을 낙관하면서도 고용, 투자 결정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 동남부 항만노동자들의 파업은 일시적 여파에 그친 것으로 진단됐다.
베이지북은 최근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보고서다. 다음 달 6~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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