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는 인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게 진짜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33억달러(약 4조5200억원)를 조달한 현대차 IPO가 약 50년 전 콜게이트-팜올리브사의 인도법인 상장 당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여부다.
과거와의 비교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과거 기업들은 강제적인 압박을 받아야만 했다. 인도의 외환 상황은 항상 좋지 못했고, 1973년 글로벌 오일 쇼크 이후에는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콜게이트가 해외로 송출하는 배당금은 그들의 자본투자 규모를 훨씬 넘어서, 결국 의회의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인도 의원들은 다국적 기업의 국내기업 지분을 40%로 제한하는 법을 발의했다.
IBM, 코카콜라 등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이러한 인도 정치의 사회주의 전환에 대응해 철수를 결정했다. 반면 콜게이트, 유니레버, 캐드버리 등과 같은 기업들은 남아있기로 했다. 1970년대 후반, 이들 기업은 인도 자본문제관리국이 설정한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았다. 우량주가 소수의 인도 중산층도 접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저렴하게 제공된 것이다.
이에 인도 투자자 기반은 급격히 성장했다. 이제 증권 계좌 수는 1억7000만개를 돌파했다. 인도의 국제수지 압박은 완화됐고, 외환보유고 역시 7000억달러에 육박한다. 한국 기업인 현대차가 인도법인 지분 17.5%를 매각하기로 한 것은 그 누구의 강요 때문도 아니다. 인도의 뜨거운 시장가치를 활용하기 위한 결정이다.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스즈키자동차의 시가총액이 200억달러인 반면, 스즈키가 지분 약 58%를 갖고 있는 인도법인의 시가총액은 뭄바이 증시에서 480억달러를 기록 중이다.
현대차뿐 아니라 또 다른 한국기업인 LG전자 역시 인도사업부의 잠재적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형 가전제품 기업인 월풀은 이미 뉴델리 인근에 본사를 둔 인도법인의 지분 24%를 매각한 상태다. 마크 비처 월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사 기업의 가치가 훨씬 낮게 거래되는 상태에서 인도 내 사업이 50배수로 거래되고 있다면, 이는 자산차익 거래"라며 "하지만 우리는 (단기 수익에 그치지 않고) 인도의 장기적 미래 성장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1990년대에 다시 인도에 진출한 코카콜라 역시 현지 공장을 상장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월마트는 아직 자사 인도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디지털 결제회사의 상장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나, 개인적으로는 결국 상장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해외 소유의 온라인 마켓에 대한 인도의 정책 규제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인도화(Indianize)’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만 해도 인도 정치인들은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을 압박하기 위해 더 강력한 수단을 썼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1973년 제정된 외환규제법(FERA)만 해도 매우 엄격한 법이었다. 이는 의도치 않은 이점도 가져왔다.
일례로 유니레버 인도법인은 영국·네덜란드 모기업에 대한 40% 지분 한도를 면제받기 위해 열심히 협상에 나섰다. 런던 경영진은 인도에서 ‘힌두스탄 리버’로 알려진 현지 법인의 지분을 10% 매각했으나, 인도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에 유니레버는 인도에서 신발, 의류, 해산물을 수출하며 외화를 벌어들였다. 세제용 화학제품 공장도 설립했다. 이후 이 공장은 타타그룹에 매각돼 오늘날 인도 내 화학 및 비료 생산의 주요 허브가 됐다.
경제사학자 마이클 올더스와 티르탕가 로이의 논문에서는 다국적 기업들이 채택한 이러한 전략들이 자세히 담겨 있다. 인도 경제는 1965~1975년 침체됐으나, 이후 불가사의하게도(mysteriously) 회복됐다. 이들은 논문에서 "(기업) 다각화와 신규 주식 발행을 촉진한 FERA의 결과가 경기 회복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한 번 예전과 같은 보이지 않는 지원(invisible leg-up)이 나타날 수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더 직접적인 이점은 50년 전과 동일할 것이다. 바로 우량주의 증가다. 이는 시장 거품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완충장치가 될 수 있다. 최근 몇 주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매도세로 인해 수익 성장세가 약화하면서 높은 밸류에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의 열풍이 지나더라도, 인도 증시에는 다국적 기업과 가족 소유 기업의 적절한 다양성이 필요하다.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은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75%를 차지한다. 그중 일부는 막대한 주주가치를 창출해왔지만, 더 많은 기업이 처벌도 받지 않은 채 부를 파괴해왔다. 일반적으로 투자에 있어 더 보수적인 다국적 기업들은 그들의 투자자들에게 많은 배당을 했다. 예를 들어 힌두스탄 유니레버는 지난해 수익의 96%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ITC(옛 임페리얼 타바코)는 84%를 배당금으로 나눠줬다.
인도 증시의 성장은 현재 시총 1위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전신인 릴라이언스 섬유산업의 1977년 IPO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콜게이트, 유니레버, 캐드버리의 주식 매각도 자본시장의 범위를 확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현대차 인도법인의 IPO 역시 중요한 분기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과학자 닐스 보어의 말처럼 예측은 매우 어렵다. 특히 미래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앤디 무케르지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Hyundai’s India IPO Harks Back to Another Era’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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