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 취임 1년2개월만에 대규모 구조조정
재무개선 등 이력으로 혹독한 칼질 예고
MS와 협업 계기…AICT 기업 체질 개선 속도낼 듯
일부 노조 반발 등 내부 분위기 수습 과제
김영섭 KT 대표가 전체 임직원의 4분의 1을 웃도는 5700여 명을 대상으로 인력 구조 개편을 단행하자 KT 사내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많았다. KT는 지난 6월 기준 기간제 근로자까지 포함해 1만9370명을 거느린 공룡기업인데, 그야말로 혹독한 다이어트를 신고한 것이다.
김영섭 KT 대표가 10일 서울 중구 노보텔앰배서더 동대문에서 열린 'AICT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 참석,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 배경, 향후계획 및 'AICT 컴퍼니' 를 향한 사업전략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KT는 최근 KT OSP·KT P&M(가칭) 두 신설법인을 설립하고 5700명의 인력 구조 개편 대상 현장 인력 중 각각 3400명과 380명을 고용하는 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다만 1노조인 KT노동조합과의 노사 최종 합의안에는 구체적인 전출 목표 인원은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인력은 AS와 통신선 설치, 유지 보수 등 업무를 담당하는 직군을 가리킨다. 근속 10년 이상 전출자에게는 KT에서 받던 기본급의 70%와 전직 지원금(기본금의 30%·일시금)을 주기로 했으며 근속 10년 미만은 기본금 100%를 유지한다. 전출자 모두에게 본사 복지혜택을 유지하도록 했다. 전출을 희망하지 않는 경우 특별희망퇴직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최대 4억3000만원의 일시금을 지원한다. 둘 다 원하지 않는 경우 본사 영업 부문으로 직무 전환할 수 있다.
KT 인력 구조 개편은 김 대표가 취임한 지 1년2개월 만에 나온 것으로, 경영 색깔을 선명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재무 및 구조조정 전문가로 활동해왔던 경력 때문인데, KT 대표이사직에 취임한 후 큰 조직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대내외적으로 예상됐던 사안이긴 하다. 그는 1984년 럭키금성상사(LG상사의 전신)에 입사한 이후 LG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를 지냈다. 2014년에는 LG유플러스 경영관리실 최고 재무책임자(CFO)를 지냈으며 2015년 LG CNS 사장 재직 당시엔 실용주의 경영을 강조하며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 향상을 꾀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KT 사장으로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으며 전임 대표 시절 세워진 르완다 법인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의 규모를 축소하기도 했다.
이번 개편 역시 KT 사업 구조를 바꾸면서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8월 KT 신임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그가내걸었던 KT의 방향성은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컴퍼니’다. 기존 KT가 가지고 있는 통신 역량에 AI 등 IT 기술을 융합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고객, 역량, 실질, 화합 등 가치를 강조하면서 "ICT 최고 전문가 집단으로 도약하자"고 역설하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KT의 인력 구조 개편안이 나온 이후 ‘시나리오 분석 보고서’를 통해 KT의 올해(1~12월)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7594억원, 내년은 2조2522억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6498억원이다.
KT 내부에선 통신 인력을 줄이는 대신 AI 역량 강화를 위한 인재 채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T는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으면서 ‘속도감 있는 제품과 서비스 제공’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2조4000억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달 초 간담회에서 "KT AI 전략의 차별점은 수준과 속도"라며 "고객이 알아주는 서비스를 인정받는 속도로 제공하는 게 AI 분야에서 우위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분야 인력 채용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과감한 변화에 따른 내부 분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KT 내 소수노조인 KT새노조는 단식농성에 돌입했으며 당장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직원들은 혼란에 빠진 상태다. KT새노조 관계자는 "KT는 통신 인프라 분야에서 5700여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는 KT의 핵심인 통신 인프라를 무시하고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정을 위협하는 결정"이라고 했다. KT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단행한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대상자도 있다"며 "최소한 이들에 대한 구제방안은 마련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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