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정신 따라 사회공헌·임직원 복지 명성
하지만 성평등에 있어서는 중위권 수준 그쳐
여성 정규직 비중 25.3% 불과한 여파
'1000만원' 출산지원금 등 지원 늘려
유한양행 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경영이념을 따라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사업을 벌여 온 제약사로 꼽힌다. 사회뿐만 아니라 임직원 복지에 대해서도 국내 최초의 우리사주제도 시행, 임직원 후생복지시설 마련 등 임직원 복지에도 크게 신경 써 온 기업으로 이름이 높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연간 별도 매출은 1조8091억원으로 이번 조사 대상인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에 꼽히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징성을 고려해 추가 조사를 통해 이번 기획에 포함됐다. 다만 유한양행이 성평등과 관련해 받아든 성적표는 23.25점으로 100대 기업에 견주었을 때 48위권의 성적에 불과해 아쉬움을 남겼다. 정규직 수(3점), 근속연수(7.25점), 연봉(7점), 사내이사(0점), 사외이사(5점), 가족친화인증(1점) 등을 합쳐 총점 23.25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이 다른 기업 대비 특히 낮은 점수를 받은 부분은 '정규직 수' 부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유한양행의 정규직 직원 1948명 중 여성은 492명으로 25.3%에 불과해 이 부문에서 20점 만점에 3점을 받는 데 그쳤다. 2019년 23.3%에 비해서는 늘었지만 여전히 적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전통 제약사들 역시 대부분 30% 내외의 여성 정규직 비율을 보이는 등 제약업의 특성에 기인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의 핵심 직종은 연구개발(R&D)·생산·영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중 R&D는 성비가 엇비슷해졌고, 생산은 최근 여성 채용이 늘고 있다"면서 "영업도 조금씩 벽이 허물어지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어느 정도는 남아있는 게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우수 R&D 인력 확보를 위해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여성 인재 확보에 힘써오고 있다. 실제로 유한양행의 R&D본부 인원의 성별 비중은 여성이 221명으로 남성(181명)을 넘어선 상태다.
적은 여성 정규직 비중은 자연스레 근속연수, 연봉 등에 있어서도 저조한 평가를 받는 연쇄효과를 일으켰다. 평균 근속연수가 13년 9개월인 남성과 비교해 여성은 9년 7개월에 그쳤고, 평균 급여액도 남성 1억400만원, 여성 7300만원으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2019년 8년 5개월에 비하면 5년 새 진전을 이루기는 했지만 평균 급여의 경우 같은 기간 남직원이 1000만원 증가할 동안 여직원은 5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쳐 오히려 격차가 확대되기도 했다.
이사회 구성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유한양행의 등기이사 7명 중 여성은 사외이사인 신영재 법무법인 린 변호사가 유일하다. 유한양행은 2020년 자산규모가 2조원을 넘어서면서 이사회를 남성 또는 여성만으로 구성해서는 안 되는 기업이 됐다. 이에 2021년 신 변호사가 이사회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사장급이 자리하는 사내이사는 조욱제 대표·김열홍 사장·이정희 의장 등 남성 3명으로만 이뤄져 있다. 다만 차기 사장 후보군인 부사장 5명 중에 임효영 임상의학본부장, 이영미 R&BD 본부장이 포진해있어 여성 등기임원 탄생의 가능성도 조금씩 점쳐지고 있다.
유한양행은 최근 임직원 다양성에 있어 차별과 편견이 없는 양성평등을 추구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단연 눈에 띄는 건 출산지원금 제도다. 유한양행은 지난해부터 임직원의 자녀 출산 시마다 10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여성 직원이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육아휴직, 임신·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시 대체인력 채용, 수유실 및 직장 내 어린이집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자녀의 중·고·대학교뿐만 아니라 의·약전원 등록금까지 전액 실비로 지원하는 과감한 장학금 지원을 펼치고 있다. 다만 실제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많지 않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말 기준 육아휴직권을 보유한 여성 136명 중 21명만이 사용했다. 남성은 이 같은 차이가 더 벌어져 425명의 권리보유직원 중 단 8명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