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출신 간병인, 대만에서 할머니 돌봐
할머니 등지고 있을 때 침대에서 아기 출산해
대만 사회 충격…건강보험 혜택 위한 접근 의심
대만에서 한 간병인이 자신이 돕던 노인의 침대에서 홀로 출산하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도네시아 출신 간병인이 임신 사실을 숨긴 채 고용주인 할머니의 침대에서 출산해 할머니와 가족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대만 신주시에 사는 한 가족은 약 5개월 전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간병인을 고용했다. 이 여성은 5개월간 별 탈 없이 근무했으나, 지난달 11일 가족들이 할머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설치된 CCTV 카메라에 이상한 장면이 찍혀 있었다.
할머니가 침대를 등지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동안 해당 간병인이 침대 위에서 이불을 덮은 채 자연분만을 하고 있었고, 할머니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것이다. 알고 보니 간병인은 임신한 상태였는데, 이를 알리지 않고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여성은 대만 입국 전 자국에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자신의 것이 아닌 친구의 건강검진 증명서를 이용해 노동이주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의 경우 이주 노동자에게 고용 전 임신 테스트를 요구하는 법은 없어 임신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만약 고용된 후 임신했다고 해도 여성이 직접 말하지 않으면 알아낼 방법은 없다.
할머니의 가족들은 간병인이 부른 배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헐렁한 옷을 입어 눈치채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만의 외국인 근로자와 대만에서 태어난 아기는 건강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족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여성이 할머니의 침대 위에서 출산하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졸지에 여성과 그녀의 아기를 돌보게 됐기 때문이다. 대만 현지 규정에 따르면 임신한 근로자 또는 출산한 근로자를 해고하는 고용주에게는 최대 150만대만 달러(약 6300만원)의 벌금과 2년간 신규 근로자 고용 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다만 간병인을 알선한 대만의 국제가족 고용주협회는 아기의 아버지가 아직 인도네시아에 있는 것을 확인해 아기를 아버지에게 돌려보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해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해하지만, 고용주에게 너무 불합리하다" "해당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 "일부 이주 노동자들이 대만의 사회 혜택을 악용하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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