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흑인 남성 유권자들을 겨냥한 맞춤형 공약을 내놨다. 이른바 '집토끼'로 분류돼온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진 데 따른 대응이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 커뮤니티에 영향력이 높은 매체들은 물론 미국 주요 언론 중 가장 친트럼프 성향으로 분류되는 폭스뉴스와도 인터뷰하기로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낙후지역의 기업가들에게 최대 2만달러(약 2700만원)의 상환 면제 대출을 제공하고 기호용 마리화나(대마) 산업에 대한 접근을 완화하는 내용의 '흑인 남성을 위한 기회 어젠다' 공약을 발표했다. 선거 막판 흑인 남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위한 맞춤형 공약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국적으로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고 의회와 협력해 마리화나를 안전하게 재배 및 유통, 소지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 흑인 남성과 다른 미국인들을 억압해온 불공정한 법적 장벽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흑인들의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접근권을 강화하고 ‘겸상 적혈구 빈혈’ 등 흑인 남성들의 발병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보건 이니셔티브(구상)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민주당 텃밭이나 다름없는 흑인 유권자층, 특히 남성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가 약화하고 있는 이례적 상황을 고려한 행보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 대학이 지난 1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의 78%가 해리스 부통령을, 15%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각각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년 전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유권자로부터 받은 90% 지지율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흑인 남성 유권자들의 경우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70%에 그쳤다.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85%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흑인 남성들 사이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가 약화하자 민주당이 경각심을 갖게 됐다"며 "해리스 캠프는 민주당 텃밭인 유색인종, 특히 흑인 남성의 지지를 끌어올리라는 압박에 직면해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함께 해리스 캠프는 흑인 유권자를 겨냥한 광범위한 캠페인도 진행했다. 흑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플랫폼 '더 셰이드 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십 년간 인종차별적 행동을 부추겨왔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미시간 등 경합주에서는 흑인 근로자들을 타깃으로 한 광고도 공개했다. 해당 광고에는 한 근로자가 등장해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미국 노동자를 위해 싸운 적이 있다"고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다음날인 15일에도 흑인 커뮤니티에서 영향력이 높은 라디오쇼 '더 브렉퍼스트 클럽'의 타운홀에 참석할 예정이다. 해리스 캠프는 "해리스는 모든 미국인을 위해 무엇을 할 계획인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앞서 해리스 부통령이 전국 흑인 남성 유권자와의 대화에서 직접 들은 내용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대선일을 3주 정도 남겨 놓은 해리스 부통령은 '적진' 공략에도 나선다. 폭스뉴스는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자사와의 인터뷰에 동의했고, 인터뷰는 필라델피아 인근에서 사전 녹화된 이후 미 동부시간으로 16일 오후 6시 공개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서 폭스뉴스와 진행하는 첫 공식 인터뷰다. 보수적 성향의 폭스뉴스가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행보를 보여온 만큼, 이번 인터뷰는 선거전 막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일부 공화당 당원 및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역시 이달에만 두 차례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했다. NYT는 "해리스가 폭스뉴스에 출연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어려운 질문을 받아들이겠다는 인식을 높일 수 있다"면서 "민주당 후보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로 동시 출격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카운티에서 유세를 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주의 필라델피아 교외에 위치한 오크스에서 경제를 주제로 타운홀 미팅(유권자들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다. 올해 대선이 초박빙 구도로 전개되는 가운데 경합주 중 할당된 선거인단 수(19명)가 가장 많은 펜실베이니아주는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그간의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이 지역에서 1~2%포인트 안팎의 치열한 경쟁을 이어왔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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