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 매장' 전통서 이어진 암벽 등반 배워
보호 장비 없이 맨손 만으로 30층 높이 절벽을 오르내리는 40대 중국 여성이 화제다. 이 여성은 중국의 소수민족인 '묘족' 출신으로, 맨손 절벽 등반은 이들의 독특한 관습이기도 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명성을 얻은 일명 '중국 스파이더 우먼' 뤄덩핀(43)의 사연을 전했다. 뤄덩핀은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 쯔윈묘족 및 부이족 자치현 출신으로, 묘족의 전통인 맨손 암벽 등반 수련자로 알려졌다.
묘족 등반자는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맨손으로 절벽을 오르내린다. 절벽 높이는 약 108m에 달해 30층짜리 아파트와 맞먹는다. 묘족 내에서도 암벽 등반 기술을 연마하는 이들은 이제 극소수에 달한다고 하며, 뤄덩핀은 최후의 여성 수련자라고 한다.
사실 묘족의 암벽 등반은 과거 '매장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들은 외딴 산악지역에서 살았는데, 죽은 사람의 시신을 고지대로 옮겨 최대한 높은 곳에 매장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었다. 높은 곳에 시신을 묻으면 죽은 사람이 조상의 고향을 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죽은 영혼이 나중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한다는 의미로 배 모양의 관을 짜기도 했다.
SCMP는 '고지대 매장' 전통에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협소한 공간에 사는 특성상 이들은 경작할 땅이 부족했기에, 시신을 고지대에 매장하는 방식으로 소중한 땅을 아껴 왔다는 것이다.
수 세대에 걸쳐 전해져 내려온 암벽 등반 전통은 이제 거의 잊혀 가고 있다. 그러나 뤄덩핀은 15세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암벽 등반을 시작했던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꿋꿋하게 수련자로 남아 있다. 처음에는 약초를 채취하거나, 절벽의 새 둥지에서 배설물을 모아 비료를 만드는 등 생계유지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통 수련자로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한다.
뤄덩핀은 매체에 "다들 남자만 (암벽 등반을) 할 수 있다고 여겼지만, 저는 남자와 여자가 평등하다고 배웠다"며 "여러 번 하다 보니 손이 굳어져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또 "외부 방문객들은 우리가 어떻게 이 일을 하는지 보고 싶어한다. 암벽 등반 시범을 하고 돈을 받기도 한다"며 "이 일로 버는 돈은 많지 않지만 저는 '거미 여인'이라는 별명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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