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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e커머스]①티메프 사태 100일…유통산업 덮친 규제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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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전자상거래법 개정 봇물
e커머스 플랫폼 정산주기 60일→3~20일 단축
1000억원 이상 오프라인 매장도 포함
e커머스 플랫폼 구조조정 잇따라

#2024년 7월8일. 큐텐 계열의 e커머스 플랫폼 위메프에 입점한 셀러들은 판매 대금이 입금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회사 측은 공지 한 줄 보내지 않았고 판매자 콜센터는 상담사 연결이 불가능했다. 셀러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며 부도설까지 돌자 그제서야 위메프는 "정산시스템 오류로 인한 정산 지연"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열흘도 안 돼 큐텐의 계열사 티몬도 정산 지연을 공식화했다. 판매 대금을 떼인 입점사는 물론 상품을 구매하고 받지 못한 소비자는 패닉에 빠졌다.


15일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100일을 맞았다. 대규모 정산 지연으로 인한 채권자 수는 4만8000여명에 이르고, 채권액이 1조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로 꼽히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피해액(1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국내 e커머스 역사상 초유의 사건은 온라인 시장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연초부터 이른바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e커머스(C커머스) 플랫폼의 거센 공세 속에서 생존 갈림길에 놓인 국내 e커머스 시장은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정치권에서 티메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각종 규제를 도입하는 법제화에 나섰는데, 오프라인 대규모 점포도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위기의 e커머스]①티메프 사태 100일…유통산업 덮친 규제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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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재발 막자"…정산주기 3~20일로 단축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e커머스 플랫폼의 판매대금 정산주기를 앞당기는 등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보호법(전자상거래법)' 개정안 16건이 발의됐다.

이들 개정안은 대부분 티메프 사태의 피해를 키운 긴 판매대금 정산주기를 단축시키는 규정을 담았다. 특히 현재 60일이 정산주기인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정산주기를 단축시키는 입법도 함께 추진한다.


일례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e커머스 기업(통신판매중개자)이 소비자가 상품 구매를 확정한 날부터 7일 이내에 입점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임 의원은 이와 함께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점포(대규모유통업자)의 경우 월판매 마감일로부터 10일 이내 납품업자에게 판매대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도 지난달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또 대형마트처럼 직접 물건을 매입해 판매하는 직매입의 경우 판매대금 정산주기를 7일 이내, 신선농수축산물은 5일로 단축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대표 발의한 전자상거래법 개장안을 통해 e커머스 판매대금의 정산주기를 구매확정일이나 반품 및 교환이 완료돼 소비자 주문이 종료되는 시점으로부터 3영업일 내에서 판매대금을 정산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국회에 제출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는 e커머스 플랫폼의 정산주기를 최소 3일부터 20일까지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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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 된서리…e커머스 시장 성장 '제동'

티메프 사태에 따른 e커머스 시장의 여파는 공식 통계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이달 초 발표한 '2024년 8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온라인 쇼핑 총거래액은 19조558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3659억원) 늘었다. 이는 2017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티메프 사태가 터진 7월 역대 최저 증가율(5.4%)을 한 차례 기록한 데 이어 8월 들어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통신기기와 e쿠폰서비스 등 상품에서 거래액이 비교적 크게 줄었는데, e쿠폰서비스 거래액은 48.6% 급감한 4262억원이다.


다만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위메프와 티몬이 판매를 중단하면서 지난 8월부터 대형 e커머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쿠팡의 경우 6월 3099만여명에서 지난달 3125만여명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G마켓은 36만여명이 증가했다. 신세계 계열 옥션과 롯데쇼핑 계열인 롯데온도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11번가와 SSG닷컴은 이용자 수가 소폭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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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도 마찬가지다. 알리의 경우 지난 6월 이용자 수가 625만명으로 테무(660만명)보다 뒤처졌지만 지난달 665만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 테무는 100만명이나 이용자 수가 급감했다. 쉬인도 63만명에서 52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e커머스는 비대면 거래의 특성상 신뢰가 근간인 만큼 티메프 사태로 소비자들이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 e커머스를 불신한 결과로 풀이된다.


e커머스, 감원 '칼바람'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쿠팡을 제외한 국내 e커머스 기업들은 대부분이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진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기 위해 쿠폰과 프로모션을 남발하며 출혈 경쟁을 벌인 탓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초저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상품을 앞세운 C커머스의 공습이 본격화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고물가 장기화에 지친 소비자들은 C커머스로 몰려가면서다. 또 일부는 로켓배송의 편리함에 안착해 더 이상 가격비교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고속 성장한 군소 e커머스 기업들은 매출 부진과 누적된 적자로 인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외부에서 운영 자금을 끌어다 쓴 기업은 투자금 회수 압박까지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e커머스 업계에선 감원과 비용 감축 등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이마트가 인수한 G마켓은 이달 들어 정규직 중 근속 2년 이상(입사일 기준 2022년 10월31일 이전 입사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같은 신세계그룹 e커머스 플랫폼인 SSG닷컴도 지난 7월 근속 2년 이상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2019년 3월 법인 출범 이후 처음이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e커머스 사업부문인 G마켓과 SSG닷컴은 대표를 모두 교체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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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도 지난해 11월과 올해 초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본사를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서 경기 광명시 유플래닛타워로 이전했다. SK계열인 11번가는 누적된 적자와 IPO 실패로 재무적투자자(FI) 주도로 강제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비용 감축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앞서 롯데쇼핑의 e커머스 사업 부문인 롯데온도 권고사직과 함께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본사 역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 위워크로 옮겼다.


다만 이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져도 e커머스 시장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티메프 사태는 재무구조가 가장 취약한 중소 e커머스 플랫폼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알렛츠'와 디자인 문구 및 생활용품 쇼핑몰 1300K, 공동구매 플랫폼 '사자마켓' 등이 서비스 종료를 공지한 바 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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