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의 단비 정도가 아니라 벼락같은 축복
글쓰기 꿈꾸는 어린이·청소년·젊은이들에게 희망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한강 읽기' 신드롬이 번지면서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등 국내 서점에서 판매 중인 작품 대부분이 동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여울 문학평론가 겸 작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가뭄의 단비 정도가 아니라 벼락같은 축복"이라고 말했다.
정 작가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출판업계가 최근 몇년 간 단군 이래 최대 위기라고 했는데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활기를 찾았다"라고 말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주요 서점에 따르면 한강의 주요 작품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부터 13일 오후 2시까지 약 53만부가량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주요 서점에서도 품절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한 작가 책과 함께 찍은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열풍이다.
정 작가는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문학·출판업계의 예상보다 빠르지만 시의적절했다고 짚었다. 이제껏 노벨문학상은 공로를 인정한다는 뜻으로 원로 작가들에게 돌아갔기에, 노벨의 혁신이 너무 절실하던 때였고 마침 한 작가가 수상했기 때문이다. 정 작가는 "노벨의 혁신"이라면서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글쓰기를 꿈꾸는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라고 했다.
한 작가는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정 작가는 "한 작가는 아시아, 여성, 젊음이라는 악조건을 뛰어넘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강의 작품 세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각각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다. 한국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내용이다. 정 작가는 한국 역사를 다룬 작품은 많지만 한강 작품은 한 개인에서 시작하기에 의미있다고 평했다. 그는 한 작가 작품 속 인물에 대해 "희생자나 피해자, 생존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이 트라우마를 버티고 다른 상처와연대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트라우마의 당사자도 공감하고 연민을 가질 수 있고, 전세계 사람들이 감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 작가는 한 작가 작품의 매력에 대해 "읽다 보면 슬프고 우울해 지지만 슬픔, 어둠 속에 아름다운 빛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라면서 "상처를 끝까지 대면한 이들이 느낄 수 있는 희망이나 용기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년이 온다' 에필로그에서 한 작가가 소년의 형을 만나는 부분을 언급했다. 한 작가는 소년의 형에게 이 이야기를 써도 되냐고 묻자, 형이 '우리 동생을 아무도 더는 모독하지 않도록 써달라'라고 하는 부분이다. 정 작가는 "한 작가는 정말 (형의 당부대로)썼다. 그래서 소년이 '간다'가 아니라 '온다'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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