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실종된 어바인 한쪽 발 유해 발견
카메라 발견되면 정상 등반 여부 밝혀질 듯
현재 에베레스트 첫 등정기록은 1953년
100년 전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848m)의 최초 등정에 도전했다가 실종된 영국 산악인의 유해가 발견됐다.
12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팀이 100년 전인 1924년 실종된 영국의 유명 등반가 앤드루 어바인(1902~1924)의 것으로 보이는 한쪽 발 유해를 에베레스트 중부 롱북 빙하에서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해당 유해는 어바인의 이름인 'A.C. 어바인'이 새겨져 있는 양말, 등산화와 함께 발견됐다.
100년 전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정에 실종된 영국 산악인 앤드루 어바인(1902~1924)의 한쪽 발 유해가 발견됐다.[사진출처=내셔널 지오그래픽 제공, AP 연합뉴스]
실종 당시 어바인은 동료 조지 맬러리(1886~1924)와 함께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가 정상까지 약 250m 남은 8600m 안팎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종적을 감췄다. 현재 에베레스트 세계 첫 등정 기록은 1953년 영국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 경(1919~2008)과 네팔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1914~1986)가 수립했다. 어바인과 맬러리가 힐러리 경보다 29년 앞서 먼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는지 여부는 수십 년 동안 세계 산악계의 대표 논란거리 중 하나였다.
등반 당시 어바인은 카메라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그가 정상에 올랐다면 그곳에서 찍은 사진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유해 일부의 발견으로 어바인의 나머지 유해와 카메라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다 커졌다. 만약 어바인의 카메라가 나온다면 그것으로 오랜 논란이었던 등정 여부는 확실히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산악인들에게 그것(카메라)은 '성배'와 같다"고 설명했고, AFP는 "이 카메라가 발견되면 등산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팀을 이끈 지미 친은 "어바인의 카메라를 수색할 범위가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어바인의 후손들은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DNA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어바인과 함께 실종된 맬러리의 시신은 1999년에 먼저 발견됐지만, 당시 이들의 정상 도달 여부를 밝힐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맬러리는 '에베레스트에 왜 오르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최근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수십 년 전 산에서 실종됐던 산악인들의 유해가 뒤늦게 나오는 경우가 자주 있다.
지난 7월에는 페루 안데스산맥에서 22년 전 실종됐던 미국 출신 산악인의 시신이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된 시신은 미국인 윌리엄 스템플(실종 당시 59세)로, 그는 2002년 6월 페루에서 가장 높은 설산으로 불리는 우아스카란산을 등반하던 중 눈사태를 맞아 사라졌다. 그의 유해와 함께 옷과 등산 장비 등 소지품은 온전히 보존된 상태였으며, 여권도 남아있어 시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스위스 체어마트 위의 테오둘 빙하를 지나던 등반가들이 사람의 유해를 발견한 일도 있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시신의 주인은 37년 전인 1986년 실종된 독일인 등반가(당시 38세)로 밝혀졌다. 실종 당시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으나 끝내 그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알프스 빙하에서는 오랫동안 눈 속에 파묻혀 드러나지 않았던 사고의 흔적들이 근래 들어 발견되는 일이 잦다. 2022년에는 1968년 추락한 비행기 잔해가 알레치 빙하에서 발견됐으며, 2014년과 2015년에는 1970년대 실종됐던 영국인과 일본인 등반가들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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