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탐정' 명칭 사용 합법화
탐정업 종사자·의뢰인 처벌받기도
전문가들 "가이드라인 마련돼야"
탐정 명칭 사용이 합법화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의뢰인과 업계는 아직도 혼란을 겪고 있다. 탐정사무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법적으로 자격과 활동 범위를 규정하지 않으면서 스토킹·교사 등 혐의로 처벌받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11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센터에서 검색되는 탐정 명칭을 사용하는 민간자격증은 현재 106개에 달했다. 이 중 지난해 기준으로 응시자나 취득자가 있는 경우는 단 11곳에 불과했다. 탐정업은 현재 자유업으로 분류돼 신고만 하면 일반 사업자로 바로 활동이 가능하다. 실제 한 구인·구직 플랫폼에 올라 온 탐정 구인 공고를 살펴보면 자격은 자차 보유뿐이다. 또 다른 공고에서도 별도의 탐정 자격증이나 관련 경력 등은 전혀 필요로 하지 않았다.
하금석 한국공인탐정협회 회장은 "2020년 이후에 탐정 자격증이나 협회가 무질서하게 생겨나며 그 자격이 남발되고 있다"며 "협회나 단체라고 명칭은 표기해두고 실상은 나 홀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무실이나 교육장 등 어느 정도 검증할 수 있는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0년 8월5일부터 신용정보법의 개정으로 탐정 명칭 사용이 합법화되면서 탐정사무소, 심부름센터, 흥신소 등은 양성화됐다. 그러나 탐정이라고 해도 법적으로 보장받는 활동의 범위는 사실상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수사 및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증거 수집이나 미행조차도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 지난 6일에는 여성 의뢰인 2000여명에게 남편이나 남자친구의 성매매 업소 출입 기록을 알려준 이른바 유흥 탐정이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찾아달라고 의뢰를 받은 사설탐정과 의뢰인이 각각 스토킹법 위반 혐의와 교사범으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보완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상철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 교수는 "심부름센터나 흥신소에서도 탐정 명칭을 사용하면서 국민들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탐정업의 전문성이 떨어지게 될 수 있다"며 "민간 등록 자격의 기준 제한, 영업배상책임보험의 가입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탐정업법 도입을 통해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상 대한탐정연합회 회장은 "사실 조사라는 범위에서 수사기관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한 탐정의 증거 수집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변호사의 문턱은 높고 국가 공권력의 한계가 있는 사각지대에서 탐정이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5060 절반 넘는데…2030은 "싫어요" 기피 1순위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