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0.25%포인트 전격인하
이창용 총재 "금융안정 상황 지켜보며 추가 인하 논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들 상당수가 향후 3개월 이내에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25%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인하가 금융안정에 끼칠 영향을 확인해가면서 추가 인하를 논의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이 총재는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1명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5명은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반면 "다른 1명은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필요시 정부가 추가 조치 시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수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해서는 "금융안정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의 가장 큰 이유로 "물가상승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긴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가계대출 추이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총재는 또한 "우리가 미국처럼 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내릴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10% 이상 올랐고 금리를 5%포인트 이상 높였다"며 "그러니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른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는 금리를 3%포인트 올렸다"며 "우리도 미국처럼 크게 내릴것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빌리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영끌족에 대해서도 "갭 투자를 하고 싶으면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언급했다.
한은의 금리 실기론과 관련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지난 8월에는 금융안정에 방점을 찍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실기했는지는 1년 정도 지나서 금융안정 상황을 보고 평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좌고우면하는 과정에서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해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는 견해도 있다"며 "그런 비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대해서는 "감개무량하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나타냈다. 그는 "외환시장 구조 변화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원화 시장을 개방한 덕분"이라며 "한은도 여기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 측면의 WGBI 편입 효과에 대해서는 "시차를 갖고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변동환율제를 좀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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